[메세나]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운 후원자,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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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Mecenat)란 고대 로마제국의 재상으로 문예 보호에 크게 공헌한 마이케나스(Maecenas)라는 이름의 불어식 표현입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젠 아름다움이 경쟁력인 시대다."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은 부자가 되면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고, 부유한 사회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건을 살 때 기능이나 편리함, 가격보다는 모양과 느낌이 더 어필한다는 얘기다.

삼성문화재단의 한용외 사장도 같은 얘기를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며 "기업들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팔아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문화예술은 사람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기업은 직접 미술관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문화와 더불어 상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예술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미술관 등 공연장을 짓고, 연극.영화제나 각종 전람회 등을 주최하거나 후원하고, 젊은 예술가들을 돕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담당하는 한국메세나협의회의 회원사도 2003년 130여개사에서 190여개사로 급증했다.

이 협의회의 유유미 팀장은 "기업의 문화예술활동이 국민의 기업 인식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경쟁력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은 최근 수많은 예술가의 애도 속에 타계했다. 이들은 기업인인 박 회장에게 "예술계의 큰 별이 졌다"며 슬퍼했다. '돈을 제대로 쓸 줄 알았던 부자'라고 언급한 네티즌도 있었다. 박 회장이 생전에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된다. 하나은행은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1년 기간의 미술전문 강좌를 열고 있다. 하나미술 아카데미로 이름붙여진 이 강좌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문화은행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기업이미지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 광고에도 문화예술활동이 적절히 활용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얼마 전까지 TV를 통해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정명화씨의 연주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아시아나가 스타얼라이언스와 함께 세계 155개국을 하나로 연결합니다"는 멘트가 나온 직후 정씨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첼로 연주를 하고, 마칠 때쯤엔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하모니, 아시아나항공"이란 멘트로 끝나는 광고다. 아시아나 측은 '더불어 같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오케스트라만큼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면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공 소장은 "강연을 다니다 보면 미적 감각이 특출한 기업들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기업 내에 미적 감각을 중시하는 문화 마인드가 체화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기업의 임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미적 감각이 길러진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 상무는 "디자인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며 "그러나 디자인 실력은 그 나라의 미적 감각 수준과 같이 가기 때문에 일순간에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이 메세나 활동을 활발히 할수록 나라의 문화예술과 미적 감각이 높아지고, 이는 곧 '아름다움이 경쟁력인 시대'에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로 보상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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