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정원제 시정을 건의|전국 89개 대학 교무처장등 모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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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학졸업정원제가 시행l년만에 진찰대에 올려졌다. 건국89개 4년제대학 교무처장·학생생활연구소장등 1백50여교수들은 5일 이화여대에서 모임을 갖고 졸업정원제의 부작용이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중도 탈락범위를 대학자율에 맡기는 등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을 문교부에 건의키로 했다. 이들 교수들은 졸업정원제실시이후 학생들은 중도탈락을 우려한 나머지 심오한 학문연구보다는 우선 학점 따기에 급급하고 교수들도 제자들을 탈락시켜야하는 문제로 고민하고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중도탈락조치가 실제로 실시되는 내년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서울대 박성수교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뜻 있는 대학생활」보다 탈락대열에 끼지 않고 「살아남기위한 대학생활」을 택해 점수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세대 최정대교수는 『졸업정원제의 컷 적용을 받게되는 1학년생의 경우 클라스메이트끼리 함께 공부하기를 꺼리고 심지어 노트교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책벌레가 되고도 불안으로 소요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생기고있다』고 했다.
계명대 이형득교수는 탈락의 일차적 기준이 학업성적이기 때문에 폭넓은 교양독서나 과외활동을 기피하고 정규교과학습도 점수를 얻기 위한 단순한 암기등 기계적 학습에 치중되고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대학 당국도 시험에 따른 학생들의 불평불만과 항의를 줄이기 위해 ○×식이나 4지선다형의 객관식 출제를 택하기 시작, 논리적 사고나 학습결과를 표현하는 훈련을 대학에서조차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또 중간고사나 학기말고사가 끝나고나면 클라스메이트가 교수와 짜고 시험문제를 미리 빼냈다는 투서사태까지 벌어진다고 개탄했다.
충북대 박종삼교수는 시험때면 학생들 스스로가 감독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 감독교수를 늘리고 교실 수를 늘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홍익대 이장현교수는 학점이 좋지 않아 자살하겠다는 학생마저 있다고 했다.
졸업정원 1백30%중 30%는 무조건 탈락해야 한다는 제도때문에 대학이 탈락병을 앓고있다는 지적이다. 성심여대 윤호균교수는 학문이나 인간관계에서 자유분방해야할 대학생활이 나쁜 의미의 경쟁만 유발시키고 대학을 점수경쟁의 장소로 바꿔놓았다고 지적했다. 또 숙대 이영희교수는 자연탈락이 거의 없는 여자대학의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참석교수들은 어떤 형태로든 무조건 탈락시키는 졸업정원제는 개선돼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전국대학카운슬러연구협의희가 개선안을 마련, 문교부에 건의키로했다.
이들 교수들은 개선안으로 30%탈락의 의무규정을 없애고 유급조교를 늘려 리포트평가를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탈락을 강요할것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자연탈락예상인원만큼 입학인원을 책정하고 유급조교를 늘려 중간고사·기말고사에 의존하는 평가제도를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문활동평가체제로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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