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모은 미술품을 헌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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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양화가 남농 허건화백(74·목포시죽동201)이 6일 희귀한 수석과 목물(목물)·동양화등 1천6백56점의 개인소장품(싯가 10억원 상당)을 목포시에 기증했다.
허화백은 이날 상오10시 범택균 목포시장에게 이들 개인소장품의 기증서를 전달하고 『이 같은 일을 계기로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해저보물등을 보관·전시할 수 있는 해양박물관의 설립문제가 촉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농화백은 또 그동안 이 소장품들을 고가에 팔라는 많은 유혹을 받아왔지만 유달산기슭에 간직하는 것이 뜻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 목포시에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된 남농화백의 소장품은 각종 희귀수석, 남농의 할아버지 소치선생의 병풍등 작품 2점, 아버지 미산의 병풍등 작품 2점, 자신의 작품13점, 전통목물 10점, 도자기류 29점등 모두 1천6백56점이다.
한편 목포시는 남농의 소장품헌납을 계기로 해양박물관 설립을 의한 범시민모금운동을 펴기로 하는 한편 해양박물관이 세워질 때까지 기증된 작품등을 당분간 현재의 보관장소인 목포시죽동255 남농수석관에 그대로 두고 특별 관리키로 했다.
남농화백은 1907년6윌 전남진도군의신면에서 출생, 조부 소치선생과 아버지 미산의 뒤를 이어 동양화를 수학했다.
상업전수학교를 졸업한 후 한학을 배우며 의재 허백련씨에게 사사한 남농은 1930년께부터 선전에 출품하기 시작하여 특선 2회, 입선 1l회를 기록했고 일본 문부성전람회와 남종원전에도 출품해 입선했다.
광복 후에는 국전의 추천 작가를 거쳐 초대작가로 활약했으며, 56년에 전남도 문화상, 76년에 문화예술상을 받는 등 우리나라 동양화단의 대가로 꼽히고 있다.
소치·미산의 맥을 이어 운림산방을 지켜가고 있는 남농의 화풍은 사실에 입각한 실경산수가 주가 돼있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남농의 작품세계를『안온한 조형의 세계』라고 평한 바 있다.
소치의 자유분방한 필세에 비해 차분히 가라앉고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담묵과 담채가 주조색으로 돼있어 한결 평화스런 정취를 표현해내고 있다.
남농은 조선조후기부터 토착화되기 시작한 중국의 남화를 그가 타고난 예술적 환경을 바탕으로 근대·현대화시켰을 뿐 아니라 남화연구원을 개설, 후진양성에도 힘써 한국남화의 뿌리를 굳게 하는데 앞장서 왔다는 점은 그가 끼친 가장 주요한 업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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