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중앙일보가 펼치는「겨레시」짓기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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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만추소곡>
김차복

<서울강동구암사동 강동아파트32동104호>
그토록 무성했던 잎새들이 져간 뜰에
실국마저 시들해져 꽃망울을 닫아두고 회양목 그늘 아래로 동면하러 가는 햇살
불켜진 북창 가에 산그늘이 내려오고 한 뼘 자란 선인장이 바람결에 발이 서면
한마리 산새가 되어 날아가는 소년아.
잎도 지고 바래어져 그리고 다 떠나간 사랑도 미움도 재가 되어 남은 터에
통기타 여섯가닥 줄에 담아보는 계절풍.

<입동의 밤>
박수열

<경남마산시 마산대행정학과3년>
손이 언 입동의 밤
야화를 털어놓고.
졸음 엮는 형상마다
상념의 꽃을 피우면
새벽달
낯이 시려워
집을 찾고 있구나.

<첫눈>
이택제

<서울성북구동선동2가142>
새벽녁 소리없이
내린 눈발 걷히고
단풍잎 뜨고 달빛
외려 선연한 밤
딸애가 넘기는 책 소리
장지 밖에 쌓이고
고이 참든 막내
포근한 모습에서
세월 속 깊은 자락을
펴보이는 자정
은색의 내 푸른 둘레
눈발되어 쌓이고

<군밤시절>
김시현

<대저시서구비산동4구291의36>
한사나을 굶은 배를 새벽달이 쪼아먹고
긴긴 밤 얘기를 사려 처마끝에 앉노라면
어느덧 산등성마다 피눈물이 나구나

<추야음>
김벽파

<서울구노구독산동295의15>
잎새 굴리는 바람
귀뚜라미 서린 가락
잠 잊어 월창 열고
깔 바랜 안서 찾아 달빛에
한장 또 한장
읽어보는 아픔인데.
세월의 메아리에
흰옷 같은 설움 솟아
방을 듣는 차건 별빛
맘파리에 고이 받다
하얗게
밤 밝혀 띄우는
아, 천만장의 섭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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