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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불편한 출산' 그만 … 산부인과 1인실 건보 내년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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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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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최모(43)씨의 아내는 최근 10여 년 만에 어렵게 애를 낳았다. 임신이 안 돼 이런 저런 불임치료를 받은 끝에 임신에 성공했고, 애가 거꾸로 들어앉아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최씨의 아내는 닷새 간 입원했는데, 1인실을 이용했다. 최씨는 “고생한 아내를 위해 1인실을 권했고, 이 덕분에 편히 치료 받고 나왔지만 입원료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150만원 가량의 입원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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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최씨가 2년 후에 둘째를 낳고 1인실을 사용한다면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9일 “산부인과에 한해 1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환자는 분만 전 통증을 호소할 때가 있는데 다인실에서 그러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다른 환자와 달리 산모들이 1인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부는 다음 달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시작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중에 시행할 예정이다. 만약 1인실 건강보험 입원 수가가 20만~30만원으로 정해진다고 가정하면 이의 20%인 4만~6만원만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1일부터 4,5인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6인실 이상만 건보를 적용하던 제도의 틀을 30여 년 만에 바꿨다. 산부인과 1인실 건보 적용도 이의 연장선이다. 4인실을 건보 적용하면서 입원료 수가를 6인실의 1.6배로 높게 잡았다. 6인실을 4인실로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엉뚱한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은 4인실에서 병상을 하나 빼서 3인실로 바꿨다. 4인실의 절반 가량을 이렇게 했다. 4인실이 건보가 적용되면서 병실 수입이 크게 줄었다. 3인실로 바뀌면 건보가 적용되지 않아 병실료를 더 받을 수 있다. 또 3인실 병실료를 하루에 11만~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렸다. 이 병원 관계자는 “4인실을 3인실로 바꾸더라도 병실 수입 감소분을 벌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도 병실과 특진료 수입이 줄면서 1인실 병실료를 37만원대에서 40만원 이상으로 올렸다. 또 다른 대학병원은 26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렸다.

 9월 4인실로 건보가 확대되기 전까지 6인실 이상에만 건보가 됐다. 하룻밤에 1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환자들도 6인실을 선호한다. 하지만 6인실에서 안락한 치료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간이 좁아 보조 병상을 사용할 때 부딪히기 일쑤다. 병상을 빙 둘러치는 커튼이 거의 유일한 사생활 보호 수단이다.

 작은 병원들은 더 열악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2년 전국 30~99병상 규모의 중소병원과 동네의원 154곳을 조사했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18인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10인실 넘는 병실이 42개나 됐다. 병상 커튼이 있는 병실이 중소병원의 경우 40.6%(동네의원 8.3%), 화장실이 있는 병실은 30% 대로 낮았다.

 병실의 질이 천차만별인데도 6인실이건 18인실이건 입원료가 같다. 의료법은 병상 최소 면적만 규정한다. 세부 시설 기준이 없다. 또 병실의 질을 평가하는 장치가 없다. 병원들이 6인실 아니면 1, 2인실을 주로 갖추고 있어 6인실로 몰린다. 1, 2인실은 최소 5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 넘게 부담한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교수는 “6인실 중심의 의료체계를 이제 바꿀 때가 됐다. 환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의료원이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2017년 준공할 1000병상의 새 병원을 모두 건강보험이 되는 1인실로 꾸미기로 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규정이 이를 가로막는다. 새로 짓는 병원의 70%를 6인실로 채워야 한다.

 보건산업진흥원 박수경 책임연구원은 “병실의 질을 평가해서 입원료 수가를 차등화해야 한다. 좋은 병실은 수가를 더 주고 나쁜 데는 깎아야 18인실 같은 병실이 사라질 것”이라며 “새로 짓는 병원은 최대 허용 병실 기준을 4인실로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도 “샤워실·화장실 유무, 병상당 면적 등을 평가해 병실료를 차등화하고 보험 적용 병실의 기준치를 4인실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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