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일등」서 「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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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에 있는 모교회의 경우 주일헌금만도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람료 수입이 연7억원인 B사찰의 경우 불전수입도 거의 비슷한 액수라는 추정이다.
헌금제도는 종교의 현세적 존립바탕을 지탱해주는 종교재정의 핵-.
종교헌금은 그처럼 권장되는 영수증의 교부나 어떠한 세무관계 구속도 받지 않는 신성부가침의「신앙영역」이기도하다. 따라서 교회헌금이나 사찰의 불전시주는 아직껏 전체적인 윤곽조차 파악되지 못한 채 베일에 싸여있다.
단편적으로만 알려 져온 중요 종교들의 헌금실상을 조명해본다.
개신교의 경우 헌금방식과 상황은 시대나 교파등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헌금제도는 초기교회에서 현대교회에 이르기까지 불변이다.
현재 개신교 교회들의 헌금증류는 모두 20여종-. 중요헌금 명칭은▲11조헌금▲주일연보▲감사헌금▲부활절헌금▲부흥회헌금▲추수감사절헌금▲성탄절헌금▲철야헌금▲수요헌금▲선교헌금▲건축헌금▲단식헌금등 가지각색이다.
규모가 큰 교회일수록 운영을 위한 많은 종류의 헌금을 받는 게 상례다. 교회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헌금양상과 받는 방법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배 후 찬송을 하면서 헌금하는 방식이 이제는 은행의 예금창구같은 헌금창구를 교회건물 입구에 마련, 각창구에서 종류별로 사무원이 헌금을 접수한다.
기독교 헌금의 주종을 이루는 11조 헌금은 구약성서『창세기』28장22절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야곱」의 이야기인 이 귀절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10분의1을 반드시 드리겠나이다』라는 내용이다.
신약의 『마태복음』(12장11∼44절) 과 『누가복음』(21장2∼4절) 『고린도 후서』(9장6∼15절)등에도 헌금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박성자목사 (서울잠실중앙교회)는 11조 헌금은 자기수입의 10분의1을 꼭 교회에 내놓으라는 의미보다는『생활전체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예수의 가르침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헌금의 인식도 성직자의 월급이나 교회유지보다는 병든자, 가난한자, 의로운자를 돌보기 위한「사회구원」쪽으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 헌금액수만큼 구원을 받는다는 개인기복의 헌금양태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지만 헌금이 사회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불교는 시주로 통칭되는 불전이 헌금의 주중을 이룬다. 내용별로는▲불공▲법회▲불가의 중요 명절▲제▲불사등에 시주를 한다.
각종불사의 공덕주가 되거나 원력을 세우는 형식의 시주는 가장 큰 불가의 헌금-.
불가의 헌금기원은 석가모니 당시 불탄 경축에 한 가난한 여인이 기름등불을 공양한 「빈자일등」을 표본으로 하고 있어 기독교보다는 유연한 편이다. 그러나 현재는 불교의 공양이나 시주 역시 물질만능의 풍조를 외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톨릭은 미사헌금과 가정마다 월납부액을 신년초에 약속하고 매달 내는 교무금이 헌금의 주종을 이룬다. 이밖에도 성탄 성모승천·부활절등에 내는 헌금과 신체장애자돕기등의 사회행사모금형식을 띤 헌금, 신학원 건립모금등도 있다.
가톨릭은 개신교의 11조와 같은 의무감(?)을 주는 형식의 헌금은 없다.
종교마다 다소의 강약이 있긴 하지만 헌금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되고 있다.
헌금은 그 신성성과 함께 종교귀족화나 종교기업화등을 추구하는데 쓰여져서는 안 된다는 게 교계안팎 모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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