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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이 사람!] 전남 무안 도예가 김문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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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전남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예술인촌 김문호씨가 작업실에서 제자들에게 물레질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무안=양광삼 기자

전남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29일 모내기가 한창인 들판을 지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장승과 솟대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돌담길 아래 '승광요' '서당' '도예방' 등을 지나 초가집 뒤로는 '목공예 전시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인구 400명에 불과한 평범한 농촌이 전통 예술을 체험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붐비는 예술인촌으로 변했다. 촌장으로 통하는 도예가 김문호(48)씨가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부터였다.

목포가 고향인 그는 경기도 광주시에서 분청사기를 공부하다 1990년 봄 이곳에 왔다. 고향에서 가까운 데다 빈집을 헐값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마를 만들고 도자기를 굽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마을을 고향처럼 푸근한 곳으로 가꾸고 주민들에게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꽁지머리' 차림에 맨발로 마을을 휘젓고 다니는 그를 주민들은 처음엔 "정신나간 사람"이라며 수군댔다.

그는 "우선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동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하고 농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1995년엔 마을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대시위에 앞장서기도 했다. 또 그를 만나러 온 동료 예술인들에게 이곳에서 함께 작업을 할 것을 권했다.

도예 분야에 윤숙정(윤도예공방)씨, 동양화 박인수씨, 한국화 정구을(승달산방)씨, 수직공예 민경씨, 서양화 김석전씨, 조소 양공육(외야골아틀리에), 시인 김대호씨 등이 차례로 들어왔다. 서예가 박인수씨는 서당을 열기도 했다. 이렇게 들어온 예술인들은 12가구 15명에 이른다.

월선리 2구 이장 박동석(58)씨는 "예술촌이 형성되면서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예술인촌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2003년 5월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월선리 사람들'이라는 작품전을 처음 열었다.

그해 가을엔 60평 규모의 공방을 짓고 주민들을 작업장으로 이끌었다. 주민들에게 짚풀공예.목공예.조각보 등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 지난해 4월에는 주민 다섯 명과 함께 청계면사무소에서 작품전을 열었으며 '복숭아꽃 살구꽃 핀 동네' 축제도 했다.

자체 기금 6000여만원을 들여 전통 초가 형태의 무대에 다랑이 논을 형상화한 노천극장을 만들고 마을 입구에 장승과 솟대를 세웠다. 밭 1000여 평엔 연꽃 등 수생식물 관찰장으로 만들었다. 비닐하우스 600여 평을 사들여 문화교실로 꾸몄다.

예술인촌으로 이름이 나면서 최근엔 행정자치부의 정보화마을로 선정됐다. 최근엔 '월선리 마을 종합개발계획'을 세워 농림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자 신청을 했다. 전남도의 심의를 통과했으며 농림부의 승인이 날 경우 3년간 70여억원이 지원될 전망이다. 입주를 희망하는 국악인 등 예술인만 40여 명에 이르고 있으나 빈집이 없어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박대윤(47)씨는 "예술인들과 어울려 살며 예전에는 꿈꿔 보지 못했던 전시.공연 등의 행사에 자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4~8일 이 마을에서 열린 '무안분청문화제'엔 행사기간 동안 하루 5000여 명 이상이 다녀갔다.

김씨는 "앞으로 마을 이미지를 살린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안=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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