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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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젊음의 행진』(KBS 제1TV·일하오4시40분) 과 『영11』(MBC TV·목하오7시20분) 은 우리 TV에서 단둘뿐인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
노래중심에 개그나 코미디 콩트를 곁들인 내용은 젊은이 프로라고 해서 다른 쇼프로와 크게 다를바 없다.
그러나 서툰대로 때묻지 않은 대학생가수들이 부르는 신선한 감각의 캠퍼스 송과 더러는 저급한 말장난에 그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가끔 젊은 재치가 번득이는 개그는 극장술집 밤무대가 저렇겠거니 싶게 짙은 화장, 노출심한 의상, 선정적인 몸짓에 요란한 사이키 조명까지 뒤섞여 음악 아닌 소음을 쏟아내기 일쑤인 다른 쇼프로나, 저질 비난에 잔뜩 주눅이 들어 희극도, 정극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코미디프로에 실증난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과연 제작의도대로 우리사회의 최고지성을 시청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프로냐 하는 것.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은 카메라에 잡힌 방청석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책가방까지 든 교복차림의 중·고학생들이 출연자의 대수롭잖은 손짓하나에도 기성에 가까운 열띤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지켜보자면 민망스런 마음조차 든다.
이처럼 대학생들에게 외면당하는 대학생 프로라면 차라리 10대 대상프로로 방향전환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대신에 정말 대학생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수준높은 프로그램이 새로 탄생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KBS제2TV의 주말연속극 『달무리』와 제1TV의 20주년기념 드라머 걸작집『엄마의 일기』(일·하오7시55분)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저처럼 거북스런 부녀지간도 있을까』싶어 한심한 생각이 절로 든다.
『달무리』는 옛 남편이 서울을 떠나는 데서 드라머를 끝냈으면 그런대로 좋았건만 필요이상 길게 끌어 가다보니 괜찮던 앞부분의 극적 이미지마저 망치는 것 같아 딱하다.
무엇보다 민망한 것은 엄연한 부녀지간을 묘한 입장에 세움으로써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것으로 미스 캐스트가 분명한 경아역과 노역으로 접어들면서 어색해진 지숙역의 부자연스런 연기까지 겹쳐 그냥 보아내기 역겨울 정도. 『엄마의 일기』역시 부자연스런 부녀지간의 묘사라는 점에서 『달무리』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국민학생인 딸은 멀쩡한 정신의 상처한 아버지가 이유야 여하간「엄마」라는 애칭으로 부른다는 것부터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데다 아버지의 재혼에 노골적으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딸의 심리는 자칫 병적으로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물론 작가 나름의 의도가 있기는 하겠지만 TV드라머의 부녀지간이 모두「이디프스 콤플렉스」환자들처럼 묘사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아닐까.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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