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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조희연의 자전거와 교육의 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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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취임 100일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기자회견장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신 진
사회부문 기자

8일 오전 11시, 취임 100일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검은색 자전거를 끌고 시교육청 9층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조 교육감은 “자전거는 교육과 많이 닮았다”며 “전진하기 위해선 반드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균형을 뜻하는 자전거를 나침반(성찰·방향성), 원탁(소통)과 함께 서울교육의 세 가지 상징물로 꼽았다.

 조 교육감의 이날 기자회견에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반성과 성찰도 엿보였다. 먼저 본인이 ‘만능’이 아니란 걸 고백했다. 그는 “100일 동안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 현장과 상당히 다르며, 내가 본 건 빙산의 일각이란 걸 느꼈다”며 “진보교육감이라고 해서 모든 문제의 해답을 아는 건 아니다. 겸손하고 신중하겠다”고 밝혔다. “수준별 학습을 비판적으로만 봤는데, 현장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보니 맞춤형 수업도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유연함도 보였다.

 인사의 이념편향성 논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는 “‘경청을 중시한다면서 끼리끼리 경청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경계를 넘나드는 소통을 하겠다”고 했다.

 이날 끌고 온 자전거도 이런 다짐을 담은 상징물로 해석됐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동 하자센터를 찾아 20년 된 폐자전거를 직접 재조립했다. ‘자전거 리사이클링(recycling), 교육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는 문구도 새겨넣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부품을 분해하느라 표정을 한껏 찡그린 본인 사진을 보여주며 “균형 잡기는 이토록 어렵겠지만 좌우, 이념과 진영을 떠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본인의 교육철학만 강조하던 여느 교육감들과 달랐다. 비판을 받아들이고 부족함을 인정하는 모습에서 적어도 눈과 귀를 막고 있지는 않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는 이날 혁신교육지구를 내년까지 8개로 늘리고, 마을형 협력학교 등 새로운 형태의 교육모델을 만드는 이른바 ‘혁신미래교육’ 실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고교 배정 때 성적을 고려하는 ‘균형배정제’를 2016학년도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예산 마련이나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의 ‘교육 자전거’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되는 이유다.

 조 교육감의 자전거는 시교육청 교육감실에 세워둘 예정이라고 한다. 자주 돌아보며 ‘균형’의 의미를 상기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그의 반성과 성찰이 남은 임기 동안 ‘교육 자전거’를 잘 굴러가게 하는 길잡이가 됐으면 한다.

신 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