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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파 新주류·다수파 舊주류 "大選때 앙금 안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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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DJ)전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6년차의 민주당. 그런 집권당의 권위와 위상이 대선 후 불과 4개월 만에 치러진 4.24 재.보선에서 무참히 허물어졌다. 민주당 간판을 단 후보 7명이 모두 패배한 것이다.

선거 참패의 충격파는 신당 창당을 둘러싼 신.구주류 간 충돌로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의 간판을 내리고 당 안팎의 개혁세력이 헤쳐모여를 해 개혁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주류에 맞서 구주류는 '신당 불가'를 외치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참패에 대해 정치권에선 "대선 이후 당 주도권 싸움이 장기화하면서 집권당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제위기.북핵 문제 등 국정 현안이 산적했는데 '호남소외론'이 불거져 나오고, 당 개혁을 둘러싼 지루한 갈등을 빚은 게 유권자에게 권력싸움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대철(鄭大哲)대표 등 신주류 당권파는 이 갈등을 중재해내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

이렇다 보니 의원들 사이에선 "차라리 야당할 때가 나았다"느니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뇌사(腦死)정당"이란 자조가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이런 갈등의 근원은 지난해 대선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당내에서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노골화했고, 친노-반노 세력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신주류는 동교동계와 구주류를 겨냥, "후보를 흔들고 당의 혼란을 부추긴 사람들"이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동교동계 한 중진의원은 "盧대통령이 신주류를 앞세워 우리를 밀어내고 '노무현당'을 만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표류의 보다 근본적 원인은 '3김정치'이후 달라지고 있는 새로운 정치환경과 현실의 불일치다.

평민당→통합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으로 이어져 가는 동안 호남을 기반으로 한 DJ의 동교동계는 당내 최대 세력이면서 주류였다.

진보세력 영입 등 외부 수혈로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중심은 늘 호남과 동교동계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이런 등식이 무너졌다.

영남 출신으로서 상대적으로 지역적 지지기반이 약한 盧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했고, 그 결과 盧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운동권 세력과 통추 등 정치권 내 '변방세력'이 당의 전면에 급부상했다.

문제는 이들이 대선 과정에서는 물론 대선 이후에도 수적 열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이다. 그러니 소수세력에 의한 주류세력 교체 시도는 번번이 불발되고 그때마다 갈등과 대립만 커져 왔다.

"당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당정분리를 도입함으로써 대통령이 당을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갖지 못한 책임도 크다"(朴洋洙의원)는 분석도 나온다.

신주류의 정치적 미숙과 리더십의 한계,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신주류 중진그룹과 강경파 간 내부 갈등이 겹치면서 당을 더욱 혼란으로 몰아넣은 측면도 있다.

민주당의 갈등이 결국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 리모델링으로 결론날지, 갈등하다 봉합될지는 내년 총선, 나아가 한국정치의 지형 변화에 큰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거리다.

이는 본격수사에 착수한 대북송금 특검과 이에 따른 호남 민심의 향배, 임시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신주류 내부 갈등 조정 여부 등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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