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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팬 게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생활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반감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시간은 돈이다. 실제로 이 말을 한사람도 점잖은 미국신사「B·프램클린」 이었다.
이런 얘기가 있다. 콜럼비아대학 교수시절의 「브레진스키」 를 한기자가 면담한 일이 있었다. 예의 면담료 1백 달러를 미리 지불하고 인터뷰를 시작한 것이다. 4O분쯤 지났을까, 「브레진스키」교수는 계속되는 반문에『소리, 아이 돈트 노』(몰라요) 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기자는 씻은듯이 표정이 바뀐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츠·이너프』 (이제 그만 합시다) .「브레진스키」 교수는 너무도 태연하게 이렇게 대꾸했다. 이제 1백 달러 어치의 대답을 다했으니 그리 알라는 신호였다.
요즘의「키신저」,아니면 전직 대통령쯤을 만나려면 역시 상당액의 면담료를 추어야 한다. 딱히 시세는 없지만, 5천달러 미만은 디스커터시(비고)라는 폭? 이 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에 매어 사는 유명인 들에겐 당연히 시간은 돈이다.
미국인들의 월급도 실은 일급의 합계이기보다는 시문 급에 얼마를 곱한 것이다. 이것이 그 사회의 관습이다.
요즘 백악관의 「얼런」 보좌관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1전 달러 스캔들을 사실은 면담료의 문제다. 물론 대통령의 보좌관이라는 공직의 입장이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공인에겐 문자그대로 공공의 목적에 봉사해야할 의무가 있으니까.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미묘한 인상을 받는다.
하나는 미국신문들이 끈질기게 이문제의 뒤를 파헤치고 있는 사실이다. 권력세계의 음산한 권모와 술책과 내면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도 같지만 한편으론 1천달러의 비중이다. 미국사회에선 현금 1천 달러가 우리사회에서 느끼는 7O만원의 정도가 아닌 것 같다. 풍요 속의 「크레디트」(외상)사회가 갖고있는 아이러니다.
또 하나는 일본신문의 자세다. 이 사건은 워낙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등 미국의 유 수신문이 문제를 받기 시작 있다. 그러나 미국 신문에 줄곧 맞장구를 친 것은 일본신문이었다. 미국 쪽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일본 쪽에선 기다렸다는 듯 확인을 하는 식이 되었다.
일본은 내심 「레이건」 정부의 얼굴에 생채기라도 나기를 바라는 것일까.
「레이건」취임이후 일본은 줄곧 미국의 정책, 미국의 진로에 비판적이고 부정적이었다.
「스트롱·아메리카」가 곧「나약한 일본」의 다른 면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 특유의 콤플렉스인 것 같다.
사실「앨런」을 통해 「낸시·레이건」여사와 면담을 청한 것은 일본 쪽이었으며, 또 그것은 한 일본 여성잡지에 대서특필까지 되었다. 그런 일본에서 잇달아 후문이 쏟아져 나오고있다.
정치적 음모도, 흑막도 아닌 일이 공연히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본인들은 그것이「저팬게이트」의 불명예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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