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국학자들 제3세대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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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유럽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다. 최근 로마에서 열린 유럽 한국학대회에서 눈에 띈 특징이다. "2005년 대회에서는 젊은 학자들을 따라온 자녀를 위한 유치원도 개설해야 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유럽 한국학 3세대의 등장도 반가운 일이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학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일례로 지금 런던대학에서 한국 미술사를 전공하는 헝가리 여성학자는 헝가리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한 수재였다고 한다.

지난 9~13일 이탈리아 로마 제1대학 주최로 열린 유럽한국학대회에는 유럽 각국과 러시아.호주 및 한국에서 1백40여명의 학자가 참여했고, 역사.철학.문학.종교학.고고학 분야에서 8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에선 이성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신용하 .김윤식.최병헌.송영배.김대행(이상 서울대).조광(고려대).설성경(연세대).유권종(중앙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역사 쪽에서 유럽 한국학자들은 발해사와 조선 중.후기사, 그리고 불교사에 주로 관심을 보인 반면 근.현대사에 대한 연구는 다소 미흡했다. 아직까지 유럽의 한국학계가 사회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근.현대의 문제보다는 전통적 인문주의를 중시하는 듯했다.

반면 문학 분야에서는 현대문학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나왔다. 잘 알려진 박목월.이효석과, 서구엔 잘 알려지지 않은 정현종 시인도 분석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현대 한국 문학에 대한 연구가 유럽에서 꽤나 활발한 반면, 정작 작품의 번역을 통해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새로운 변화는 현대 한국의 대중 문화인 가요와 팝.영화 등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어 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문화를 '전통'위주로 거의 불변하는 것처럼 범주화해온 것과 비교하면 이제 점차 급변하는 현대 한국의 역동적 현실에 눈을 뜨는 것 같다.

인상적인 발표로는 탈 유교 사회의 정체성 위기 문제를 다룬 영국 셰필드대 이향진 교수의 연구와, 한국에서 '서민'개념의 문제를 다룬 핀란드 국립대학 안띠 레퍼넨씨의 논문이었다.

유럽 내 한국학자들의 협의체인 AKSE(ASSOCIATION FOR KOREAN STUDIES IN EUROPE)는 1977년 결성됐고, 현재 회원 수가 2백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번에 기예모즈(Guillemoz, Alexandre, 파리 사회과학 대학원) 교수가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허동현 교수<경희대.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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