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상황 악화 땐 대북정책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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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6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국 정부는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아시아의 미래'포럼에서 강연한 뒤 질의 응답에서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면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외교노력을 집중할 때"라며 대북 강경론을 경계했다. 또 "현 단계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미국.일본 등 관련국이 갖고 있는 정보로는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확증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은 북핵 관련 시설을 전격적으로 공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한국과의 관계가 있으며 동시에 비무장지대에는 1만1000대 이상의 (북한군)대포가 있다"며 "더욱이 일본의 지원 없이 단독 공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대처에 따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등의 북한방문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동영 장관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 제안을 내놓을 것이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요 제안은 지금 공개할 수 없으나 핵문제를 실질적으로 타결지을 수 있는 내용이며 관련국들과 협의를 거쳐 한국이 주도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차관회담에서 이봉조 차관이 한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에 앞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를 향하여'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일본의 전후 평화노선을 부정하는 듯한 일부 인사들의 과거지향적 역사인식을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지도자들을 보면서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며 "2001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검토를 약속한 야스쿠니 신사 대체 추도시설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강연 도중 한.일 양국의 역사교사들이 함께 만든 '한일 공통역사 교재:조선통신사'란 책을 직접 들어 보이면서 "미래를 향한 공동 역사연구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이웃국가들의 신뢰를 얻고 더불어 사는 공존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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