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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산물' 키우는 묘지가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유동호 검사

'친환경농산물' 인증 관리 실태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제29차 뉴스와 셀럽이 있는 식품과 건강 포럼(이하, 뉴셀럼)'에서 유동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는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식품안전중점검찰청의 역할과 최근 수사 사례’를 주제로 강연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검사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과 관련이 없는 묘지·도로·저수지·주차장 등에도 친환경 인증이 남발돼 왔다. 실제로는 농약을 사용하면서 수질 및 토양검사 시 수돗물·야산 흙으로 시료를 바꿔 농약이 검출되지 않도록 한 범죄 유형도 눈에 띈다. 일부 농산물 유통업자는 거짓 친환경 인증을 받은 후 7억원 상당 일반농산물을 친환경농산물로 둔갑해 학교급식에 유통했다. 유 검사는 "일부 지자체는 친환경 인증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해 공무원이 거짓 인증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3조원 대 시장을 형성한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로 나뉜다. 유기농산물은 2년 이상(다년생은 3년)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다. 무농약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시비량의 3분의 1이하를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이다. 농약을 사용해서는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친환경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돼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2010년 2946건에서 2012년 5174건으로 크게 늘었다. 현직 부군수가 농민들을 끌어들여 거짓인증을 주도하고 보조금을 낭비한 사례도 발생했다. '인증실적'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특히 친환경농산물 인증 비리가 가장 심한 지자체는 전라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도는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한 비용 중 농가가 40~50%를 부담해야 하는 타 지자체(강원·경기·충남·대구 등)와 달리 친환경농산물 인증비용을 전액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다(2012년 기준). 그만큼 브로커도 활개쳤다. 실제로 지자체와 브로커, 농민이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범죄가 전라도에서 가장 많았다. 유 검사는 "심지어 서울·대구·광주에서 발각된 거짓 친환경농산물을 인증해 준 지자체를 보니 대부분 전라도였다"고 밝혔다.

▲ 유동호 검사가 친환경농산물 허위 인증실태 수사 내역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유 검사는 수년 전, 국내 유명 항공사에 썩은 고추장이 대거 납품된 사실을 밝혀 충격을 줬다. 유 검사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모 협동조합으로부터 기내식 고추장을 납품 받아 쓰던 중 고추장이 부패한 사실을 알고도 눈감았다. 오히려 썩은 고추장을 가열한 후 재사용하다 발각됐다. 유 검사는 "당시 항공사가 협동조합과의 고추장 거래를 끊기는 했지만 한 번 묵인했다는 점에서 뭔가 석연치 않았다"며 "그 사건을 계기로 식품사범을 전문으로 수사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유일의 식품 전문 검사인 유동호 검사는 작년 10월 '친환경 인증기관의 허위 인증서 발급 사건'에서 전남 장성군 부군수를 포함한 11명을 구속시킨 바 있다. 그가 속한 식품안전중점검찰청은 지난해 5월 1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현판식을 가진 뒤 박근혜 정부가 '4대악'의 하나로 꼽은 불량식품과 관련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8월 현재까지 총 112명을 입건, 이 중 30명을 구속했으며 65억 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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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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