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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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덥지 않은 얘기다. 3, 4세의 유아에게 경제이론을 가르치다니.
그러나 미국엔 실제로 그런 책이 있다. 제목은 『레먼이 어떻게 돈으로 바꿜까요?』 원제는『How to Turn Lemons into Money』-.부제도 붙어있다.『어린이를 위한 경제학인문』. 거창한(?)부제에 비해 표지를 열면 아름다운 그림들로 엮어졌다. 바로 이 표지 뒤에 적힌
설명 또한 인상적이다.『이 그림책은 레먼상점을 예로들어 3, 4세의 유아에게 경제이론을 가르치려는데 뜻이있다.
그림의 내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물론 경쟁가격, 자산의 유동등 전문적인 이론을 담고있다.
미국 교육학회 논문집에 발표된 연구가운데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경제학을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인가』와 같은 테마도 있었다.
대학역시 마찬가지다. 전공이 다른 학생들도 교양과목으로 선택하는 분야는 『경제학원론』이 무엇보다 인기다. 「새뮤얼슨」교수(MIT) 의 명저 『이커노믹스』(경제원론)가 오늘까지 11판을 거듭하며 3백50만부나 팔릴수 있는 것이 미국사회다.
물론 그중에는 수출된 책도 적지않겠지만, 아마 교육받은 미국인치고 「새뮤얼슨」교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공급사이드경제학으로 각광을 받는 「밀턴·프리드먼」교수(스탠퍼드大)도 예외가 아니다.
레이거노믹스의 바이블 처럼 읽히는「조지·길더」의『부와 빈곤』같은 책이「레이건」 대통령취임이후 미국의 장기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도 「경제」에 관한 미국사람들의 관심도를 짐작할수 있게한다.
그런 책은 사실 대중적인 흥미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근착 뉴욕타임즈지의 북리뷰를 보면 「W·G·오치」저 『Z이론』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었다. 일본적 경영의 장점을 설명한 책이다. 불황을 극복하려는 미국인들의 열의를 엿볼수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미국대학의 이른바 「경영대학원」으로 불리는 비즈니스스쿨 강의실엔 일본의 회사원·관리·학생들이 상당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사람들의「경제」에 대한 열성도 대단하다.
일본은 지난 75년부더 78년 사이에 전후 최악의 불황을 겪었었다.
그런 와중에서 1978년 일본의 기업들은 임금을 불과 5·6% 올렸다.
그 바탕은 이해다. 회사를 동정한 것이기보다 그나라 경제의 실상을 똑바로 「이해」하고, 또 근로자들이 함께 고통을 나누는것을「이해」한 것이다.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모든 공무원, 공공기업의 임직원등 80만명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시킬계획이다. 오늘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경제 그 자체를 알아야한다는 발상이다.
이것은 공무원에 그칠 일은 아니다. 우리도 어릴 때의 교육에서부터 그런 지식을 쌓게 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
경제에 강한 국민일수록 경제를 폭넓게 알고 있어야한다. 다만 이런 노력은 「선전」아닌 「교육」일때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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