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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백두산 호랑이' 복제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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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체세포 복제는 마술인가.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은 체세포 복제 기술로 '복제 학파'를 만들 정도로 세계가 놀랄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 외에 체세포 복제 기술로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중국에서 기증받은 백두산 호랑이가 경기도 광릉수목원에 있다. 그러나 새끼를 낳지 못해 관계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새끼를 갖게 하려고 호랑이끼리 교미하는 비디오를 보여주기도 하고 비아그라 같은 효과를 내는 발정제를 먹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허사였다.

그 해결사로 나선 것이 황우석 교수팀이다. 호랑이 피부에서 약간의 살점을 떼어내 호랑이 자체를 복제하자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소 난자에 호랑이 피부 세포를 집어넣은 뒤 사자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법으로 복제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호랑이 난자를 구하기 어려워 소의 난자를 사용한 데다 대리모 호랑이를 찾기 어려운 것이 아직 복제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소.돼지.고양이.닭 등 많은 종류의 동물이 복제에 성공했지만 이런 한계 때문에 호랑이 복제는 황 교수팀의 숙제로 남아 있다.

체세포 복제는 이처럼 번식이 어려운 동물을 복제하는 데도 사용되지만 멸종 동물의 복제 연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멸종된 테즈메니아 호랑이 한 마리의 표본이 알코올에 담겨 있는데 여기서 세포를 떼어내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빙하에서 발견되는 매머드의 시체로 복제를 추진하는 것도 체세포 복제 방법을 이용한다.

체세포 복제는 단순히 동물만 복제하는 데 이용되지 않는다.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나쁜 유전자는 잠재우거나 빼내버리고, 유용한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동물을 그대로 복제해 봐야 경제적인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은 새로운 의학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면 황우석 교수팀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복제소를 2003년 11월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복제하려는 체세포에 유전자를 집어넣은 경우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하도록 하는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유전자를 바꿨다. 이달 들어 그때 태어난 네 마리 중 한 마리가 일본 쓰쿠바의 동물위생 고도연구시설에 보내져 한.일 공동으로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 최종 실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연구실에서는 프리온의 제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되어 있었다.

황 교수는 "광우병 없는 소가 대량으로 사육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복제돼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무균돼지 사육실에는 수십 마리의 무균복제돼지가 자라고 있다. 처음 미국에서 무균돼지 살점을 가져와 황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한 것들이다. 이들 돼지 역시 자연상태와 같은 돼지가 아니다. 인간 장기를 돼지에서 만들기 위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빼내거나 잠재우는 방법이 동원된 것들이다. 황 교수팀 중 한 팀이 맡아 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인간장기 생산을 위해 면역거부 반응 등을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가 맡아 하고 있다.

황 교수는 머지않아 무균복제돼지에서 떼어낸 심장이나 간.신장 등을 이식받은 사람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무균복제돼지는 사람의 몸무게와 비슷하고 장기의 크기도 사람과 비슷해 인간장기 생산에 적합한 돼지로 꼽히고 있다. 세계에서 이처럼 대량으로 무균복제돼지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정도밖에 없다. 무균복제돼지에서도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쏟아질 날이 곧 올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교수는 체세포 복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 인류의 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들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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