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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상수원 지역 물길 장마 전에 점검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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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5일은 '방재의 날'이었다. 국민이 재해 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율방재 의식을 갖도록 알리는 날이다. 장마철을 앞두고 이날이 지정된 것은 폭우와 홍수 등에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일 것이므로, 우리 주변에서 시급하고도 실천 가능한 여름철 재해 예방대책을 제안한다.

폭우가 쏟아지면 물길을 따라 많은 쓰레기가 떠내려 온다. 깡통이나 술병.폐비닐.폐타이어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잡동사니가 물길을 막는다. 올해에도 이런 쓰레기들이 상수원에 밀려와 쌓일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뿐인가. 고사목과 나뭇잎, 나뭇가지들이 밀려와 생활쓰레기와 합쳐진다. 폭우에 떠내려와 상수원 지역에 쌓이는 쓰레기는 한강수계가 900t이 넘고 낙동강 수계가 600여t, 금강 수계는 폐어망까지 보태져 500t이 넘는다고 한다. 한강수계와 인천 앞바다의 쓰레기 수거 비용만 해도 연간 75억원 이상 소요되고 있으니 전국적으로 계산하면 천문학적 국민의 혈세가 올해도 폭우에 떠내려갈 판이다.

이러한 원인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얌체족 때문이다. '쓰레기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인데 쓰레기 하나 버린다고 그것이 무슨 대수인가' 하는 사람이 더 문제다.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가 작은 물길을 막으면 다른 물길이 생기면서 지반이 약한 곳으로 흘러들어 급기야 산이 무너지고 아랫 동네를 덮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래도 작은 쓰레기라고 대수롭지않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늦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 그리고 산악회와 낚시 동호회가 앞장서 물길 살피기 캠페인이라도 벌이면 어떨까. 그동안 누가 보지 않는다고 구석구석 쓰레기에 버린 양심을 찾아가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물길 살피기와 환경 살리기에 동참하는 사람에게만 낚시를 허가하는 제도도 한 방법이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산불이 잦았다. 산불이 난 곳은 비가 많이 내리면 산사태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무가 살아있으면 물을 가둘 만한 저수지 역할을 하지만 모든 것이 불에 타 땅이 부석거리는 곳에 비가 쏟아지면 그대로 홍수로 이어지기 쉽다. 화마가 휩쓸고 간 곳에 수마가 덮칠까 걱정이다.

상수원 지역 쓰레기를 치우려 해도 고령화 등으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이 이럴진대 상급 정책부서에서 공문 몇 장 보낸 것으로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종기 성결대 사회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