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TV평가|프랑스 뮤지컬영화『셰르부르의 우산』|영어로 방영해 「사우트 효과」 못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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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네 TV프로그램 중에서 무슨무슨 운동회니 무슨무슨 청백전이니 하는 이름의 게임쇼처럼 발전없고 변화없는 프로도 달리 또 없다.
가수나 코미디언 같은 인기연예인이 단골손님에다 때로는 운동선수들까지 끼여 장난인지 놀이인지 조차 구별이 모호한 얼띤 행동을 펼치는것이 고작이어어 자연히 시청층은 국민학교 저학년 또래가 대부분이니 어론 재롱을 아이들이 즐긴다고나 해야할 형편이었다. 따라서 이제는 더이상 논란의 대상조차 안될만큼 외면 당해온 이분야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만한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반갑다.
KBS제1TV가 매주일요일 상오10시30분부터 방영하고 있는 『열전8도대항』이 바로 그것. 한마디로 다른프로의 게임쇼에서는 맛볼수없는 흥겨운 기분을 안겨주는 프로다.
구태여 전통이니 민속이니 거창하게 들출것도없이 지금 30대 이상이면 누구나 보고 자란 가까운 옛날, 그러나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다운 생활정경들-이를테면 흰 광목 핫바지저고리에 머리끈 질끈 동여맨 전형적인 우리네 농부가 지게 작대기로 돌축구(?)하는 광경이나 남치마 연분홍 저고리에 앞치마 두룬 촌 색시가 물동이 이고 달리는 모습은 특히 삭막해져버린 도시인의 정서에 한가닥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강강수월래를 추는 여고생에서부터 활쏘기에나선 촌노에 이르기까지 경기참가자는 물론 구경꾼이요 응원단인 마을사람 하나하나가 진정으로 흥겨워하는 표정 역시 우리네 잔치마당의 진짜 재현같아 정답다.
모처럼 찾아낸 좋은 기획이 의를 거듭하면서 어떤 타성에 빠지거나 같은 소재의 반복으로 신선감이 스러지지 않도록 제작진의 분발을 당부하고 싶다.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TV를 보는 재미중 한주일에 한편정도 명화를 대하는 기쁨보다 더위에 갈것은 없다.
지난 주엔 특히 MBC-TV가 미인대회 녹화중계로 주말의 명화를 방영치 않았으므로 KBS제1TV 명화극장(일·하오10시10분)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클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명화극장의 프로가 프랑스의 뮤지컬명화 『셰르부르의 우산』이었으므로-.
그러나 결과는 한마디로 실망이었다고 밖에는 말할 수없어 유감이다.
또 한마디도 대사가 없는 완전한 음악극이므로 다른 어느영화의 경우보다 사운드의 중요성이 가장 큰 이 영화를 왜 하필이면 영어판으로 들어왔는지 알다가도 모를일. 『우리네 시청자중에 불어 아는 이가 몇이나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예전에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이들이나, 라디오를 통해서 그 유명한 이별 전야의 사망의 2중창이 귀에 익은 시청자들이 의의로 많다는 것에 왜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세 채널중에서 『셰르부르의 우산』을 선택한 시청자의 지적 수준이라면 불어는 몰라도 불어의 아름다움이나 음악성쯤은 알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에 넣었어야 했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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