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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벤처 인큐베이터 성공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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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지금 전 세계는 산업경제를 지나 창조경제로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창조경제가 주창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에는 창조경제의 실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창업 벤처 생태계 개선 정책이 발표·추진되고, 창조경제타운·무한상상실에 이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하는 등 창조경제 인프라가 구체화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7개 시도에 설치돼 창조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1대 1로 참여하는 실전형 지원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시장과 시스템은 갖고 있으나 혁신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벤처기업은 혁신역량은 있으나 자금 및 판로 확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이유로 국내 대기업이 보유한 국내외 시장경쟁력과 벤처기업이 보유한 혁신역량을 결합하는 것은 큰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런 매칭을 가능케 하는 좋은 시도라고 평가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회자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가 많이 탄생되기를 기원하며, 센터의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중요하다. 구글이 영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나라에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유사한 구글캠퍼스를 오픈한 이유는 정부나 지자체의 요청 때문이 아니다. 모바일 시장의 패권을 노리는 중장기 전략에 따른 필요 때문이다. 지역연고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 때문만이 아니라 진정성과 사명감을 갖고 벤처·창업기업의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면 벤처·창업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을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과 혁신역량 상승으로 지속 성장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정당하게 인수합병(M&A) 함으로써 중간회수시장을 키우는 것도 인력·기술 탈취 논란을 벗고 국내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이 꼭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혁신형 M&A 시장의 활성화 없이는 벤처·창업 생태계가 완성될 수 없으며, 가장 중요한 것이 대기업의 역할이다.

 둘째, 연결과 공유다. 지역 연고로 출발해 17개 시도에 마련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간의 정보 공유와 긴밀한 협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프로야구 연고제와 같은 지역 배정이 창조경제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분산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균형 있는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는 모습은 반 기업 정서를 완화하고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불신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각 지역 센터의 정보를 공유하고 역량을 보완한다면 추가적인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컨트롤타워로서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의 역할이 필요하다. 시공간을 넘어 17개 시도에 마련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노하우와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이 맡아서 ‘창조경제의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창조경제의 핵심은 혁신과 창조의 역량으로 가득한 창업·벤처기업들이다. 초기에는 정부 정책을 통한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나 그 이후는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된다면 결국은 정권의 영향을 받아 이전 정부의 녹색성장처럼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마련한 창조경제 토양에 경쟁력 있는 벤처 창업 생태계가 싹 틔울 수 있도록 민간과 해당 지차체가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에 이르는 벤처·창업 선순환 기반 구축에 계속 힘을 쏟아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좋은 창업기업이 탄생해도 지금과 같은 토양에서는 창조경제 새싹들이 큰 나무로 자라 결실을 맺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싹을 틔운 벤처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 만큼 꾸준하고 강력한 정책 추진이 계속돼야 한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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