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붙은 물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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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물 시장에서 ‘산 전쟁’이 한창이다. 백두산(백산수), 한라산(삼다수), 지리산(지리산 맑은샘)을 수원으로 하는 생수가 연간 6000억원짜리 물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강자는 제주 삼다수다. 생수 10병 중 4병이 이 제품이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는 제주도의 화산 암반수다. 현무암층이 숯처럼 천연필터 작용을 한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물 속의 각종 불순물이 자연 속에서 제거돼 물맛이 부드럽고 깨끗하다”고 말했다. 제주개발공사는 2012년 말까지는 삼다수의 전국 유통을 농심에 맡겼지만, 이후 광동제약에 넘겼다. 이마트·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공사가 직접 유통하고 있다.

 삼다수와 결별한 농심은 지난해 백두산 백산수를 개발해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시장점유율 3%대로 시작한 백산수는 8월 들어 5%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생수시장의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46%대 였던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42% 선으로 가라앉았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백두산의 물맛과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보니 재구매율이 높아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현재 백산수의 수원지인 백두산 부근 이도백하 지역에 2000억원을 투자해 백산수 2공장을 건설중이다. 농심은 올해 2000억원을 투자해 백산수를 신라면에 이어 제2의 글로벌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팔도의 지리산 맑은샘물은 지리산의 청정계곡인 내원골 지하 320m 암반수를 취수해 만든다. 지난 6월 생수통도 지리산의 웅장하고 험준한 산의 이미지를 측면에 표시한 용기로 새 단장했다.

 한반도 3대 명산 외에 다른 산이나 청정 지역을 근거지로 해 물 전쟁에 뛰어든 업체도 늘고 있다. 소백산(오)과 강원도 평창(평창수)·철원(휘오 순수) 등이 대표 지역이다. 제과제빵 전문기업 SPC는 지리산 인근의 경남 하동에서 취수해 만든 생수 오(EAU)의 설비 증설을 위해 잠시 생산을 중단했다가 최근 계열사인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를 통해 다시 판매중이다. 해태음료의 강원 평창수는 나무가 우거진 지역에서 50년 넘게 순화된 물을 사용한다. 롯데칠성음료는 경남 지리산 자락인 산청이 수원지인 아이시스와 알카리성을 강화한 아이시스 8.0 등 두 제품을 차별화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생수시장에는 남양(천연수), 동양오츠카(마신다), 하이트진로음료(석수), 풀무원(풀무원샘물) 등의 식품업체가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또 이마트·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나 편의점도 자체브랜드(PB) 생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재 생수를 판매중인 기업은 70여개, 제품은 100여 종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외국산 생수도 한해 2477만 달러(약 250억원)어치가 수입된다.

 이처럼 생수시장 경쟁이 뜨거운 건 매년 두자릿 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지고, 프리미엄 제품 수요층까지 생기면 해양심층수나 빙하수 같은 색다른 물의 제품화도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분야에서 웬만한 품목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며 “하지만 생수는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니 모든 업체가 앞다퉈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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