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쓴돈 갚아야지…하루도 잊은적이 없다"|15년만에 돌아온 「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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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학교 공금 15만8천여원을 유용했던 한 전직교사가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못해 15년만에 재직때 유용했던 돈과함께 사죄의 편지를 서울시교육감앞으로 보내왔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돈을 보내드리오니 교육감님께서 좋은곳에 써주시기 바랍니다』-.
12일하오 서울신문로 구본석교육감 앞으로 날아든 발신인의 주소도 이름도 없는 이편지에는 자기앞수표 10만원권 2장과함께 귀절마다 회한에찬 사연이 또박 또박 적혀 있었다.
편지에서 이 전직교사는 자신이 15년전쯤 서울 홍제국민학교에서 3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한적이 있으며 그당시 사친회비 일부를 조금씩 임의 사용한 불성실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의 교육계에서는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었기때문에 잔돈이 필요할때마다 이따금씩 무심코 돈을 썼으나 지금 그일을 생각하면 교육자생활자체가 부끄러워 조금도 생각하고 싶지않다』고 뉘우치고 있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꿈속에서도 국민교에서 교편을 잡던 옛 동료들이 떠오르고 함께 어울리는 장면이 나타날때마다 부끄러운 후회감을 지울수가 없었읍니다』고 자산의 괴로운 심정을 적었다.
최근에 종교생활을 하면서 더욱 자책감에 빠졌다는 그는 성경의 가르침에따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을날을 기다려오다 돈을 우송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 전직교사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못하는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예수님을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잘 이해할수없으니 이돈을 교육감 이름으로 선처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 편지는 지난10일자 서울이수우체국 소인이 찍혀있고 1백원짜리 우표를 붙여 등기로 우송했으나 발신인은 서울시교육위원회가 현재의 신문로 전서울고교자리로 옮겨간것을 모르는듯 전주소인 「여의도 여의일의 163 서울교육위원회 교육감실 교육감께」라고 겉봉을 썼다.
이 편지를 밤은 구본석서울시교육감은 『이 사회의 한구석에서 이처럼 깨끗한 양심의 샘물이 흐르고 있다는것은 교육자의 한사람으로 매우 흐뭇한 일』이라면서 『발신인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 분인지는 알수없으나 본인이 원한다면 다시 교단에 모시고싶다』고 말했다.
구교육감은 한일은행 종로지점발행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2장을 13일상오 정박아교육시설인 서울명수학교(교장 최경문·68·서울성북동279의2)에 전달했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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