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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복고 바람 주도한 김동률과 서태지, 2014년을 접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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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요계는 다시 90년대다. 90년대 화려하게 등장해 한 세대를 풍미한 가수, 김동률(40)과 서태지(42)가 2014년 10월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김동률은 1일 발표한 새 앨범 ‘동행’의 타이틀곡 ‘그게 나야’가 멜론, 지니 등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고, 나머지 수록곡도 50위 내에 촘촘히 진입해있다. 서태지의 9집 ‘콰이어트 나이트’의 선공개곡 ‘소격동’도 2일 발매 즉시 각 사이트에서 1위로 올라섰다가 현재 10위권 안에 포진 중이다. 지금 이들의 화제성은 90년대 복고 바람과 함께 직전 앨범을 능가하는 중이다.

92년에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서태지와 94년 ‘전람회’로 데뷔한 김동률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직접 자신의 노래를 작사, 작곡, 편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고 방송 출연보다 앨범과 공연으로 승부한다. 디지털 싱글보다 한 편의 완성도 있는 앨범을 추구하는 것도 비슷하다. 반면 이들의 음악적 가치관은 정반대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김동률이 음악의 진정성, 편안함, 기본, 뿌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서태지는 더 새로운 것, 스타일리쉬한 것, 젊은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동률의 ‘완성’= 결과론적이만, 새 앨범 ‘동행’의 열풍은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것이었다. 2011년 크리스마스 앨범 ‘KimdongrYULE’을 발표하고 공백을 갖는 동안 그의 음악은 때아닌 재조명을 받았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 데뷔곡 ‘기억의 습작’이 삽입되면서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는 90년대 전체를 소환할만큼 힘이 셌다.

김동률은 새 앨범 발표 직전 SNS에 “전람회 시절부터 제 음악을 함께 해준 분들이 가장 반겨주고 좋아할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올렸다. 자신의 음악이 미래를 겨냥하기보다 지나간 청춘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랬다. 그의 전략대로 새 앨범은 김동률 본연의 DNA가 알알이 박혀있다.

고전적이라할만큼 유려한 멜로디, 진정성있는 가사, 기품있는 편곡, 그리고 압도적인 사운드를 능가하는 김동률의 압도적인 보컬까지 여전하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이 앨범에서 “김동률이란 존재의 완성을 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발라드란 틀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극한까지 보여줬다”며 “원래 스타일을 꾸준히 추구하면서도 점점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에 팬이 아니었던 사람들까지도 열광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새 앨범 발표 이후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방송 출연이나 홍보 인터뷰도 일절 않고 있다. 대신 SNS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올 봄 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자신의 앨범 제작 과정을 상세히 기술했다. 친절한 설명 덕에 팬들은 하나의 앨범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게 됐다. 그렇게 나온 앨범을 아껴듣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태지의 ‘반전’= 김동률이 매체 노출을 피한다면, 서태지는 반대로 신비주의를 벗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택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SNS도 시작했다. 정규앨범 발매 전 먼저 공개한 ‘소격동'은 그 첫번째 결과물이다. 현재 음원차트에서 가장 강세인 후배 가수 아이유(21)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워낙 공백이 길었고, 그 사이 음악 시장의 소비주체도 변했다. 과거 팬덤 규모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유와 작업한 건 영리했다고 본다. 아이유의 지명도에 서태지의 화제성이 더해지면서 폭발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인것도 늘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서태지다운 선택이었다. ‘소격동’은 신스팝과 드림팝을 적절히 섞은 일렉트로닉 장르로 80년대 소격동에서 벌어진 남녀간의 이야기를 애상적인 필치로 담아냈다. 음악평론가 김반야씨는 “신스팝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장르다. 그동안 서태지의 솔로 앨범은 매니아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이제 대중을 포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대치가 높았던 것에 비해 파격적이거나 새롭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20일 발매되는 정규 앨범은 서태지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음악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서태지의 1분기였다면 이후 솔로 활동은 2분기이고 새 앨범은 3분기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간의 사생활 논란과 각종 스캔들을 극복하고, '전설'을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20일 이후 결정된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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