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다른 「제일공화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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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른바 자유당시대라고 약칭되는 제1공화국 때의 사정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방송하는 MBC의 『제일공화국』에 많은 문제를 생각게 한다.
첫째로 사실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 경우 기록된 진흠의 객관적 진실성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앞서야한다.
둘째로 주제의식이 좀 더 분명해야 한다. 이 프로의 테마가 무엇이냐. 그 때의 정치상황을 객관적자세로 엮어내 그 시대를 음미하게 하는데 있느냐, 아니면 특정인물을 부각시키는 인물소개에 있느냐가 확연해야한다.
세째로 영상은 말을 보충하고 또 말을 생략한 부분을 표현하는 큰 구실도 한다. 시대극에서는 이 중요성이 한결 더하다. 그런 까닭에 이런 드라마는 그 때의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처리- 무대의 꾸밈이나 분장 등이 완벽해야 된다.
그렇다면 지난 5일 밤의 『반공포로석방과 휴전』편은 어떤가.
『1953년 서울(자막)』에서 휴전반대데모를 벌이는 학생일 듯 싶은 청년들이 등장한다. 극의 내용으론, 4월쯤 되는데도 여름옷차림이다. 또 「클라크」장군과 원용덕 장군은 어느 나라 군인인가. 제복에 국제표지가 없다.
그 때 벌써 블륵담이 보이는 것, 경무대에 일본식거실이 있다는 것, 헌병장교의 복장, 규격에 맞지 않는 태극기, 초라한 대통령집무실 등 모두가 사실에 맞지 않다.
○…KBS가 『81 서울세계가요제』를 열었다. 3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모두 6시간을 방영했으니 우선 본전은 뽑은 셈이다.
가요제의 참뜻이 「TV음악문화의 창조」에 있다면, 우리 것, 우리전통의 가락이나 정서를 바탕에 깔고 대중가요가 고급문화예술로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역할을 해낼 수 있는 그런 곡들이 많이 선보였어야 했고 입상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또 국제규모의 대회이면서 서툰 외국어실력(수상자와의 인터뷰 때 드러났다)과 매끄럽지 못한 매너로 진행을 맡았다든가 복잡하고 어설픈 무대의 꾸밈(전야제 때의 엉성한 장치나 퇴장하는 가수가 카메라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큰 실수였다.
시청률을 의식하여 많은 시청자를 모으려고 이런 행사를 치렀다고 할 때 이번 가요제는 그 뜻이 이루어졌을까. 『가요제축하공연』때의 청중들의 반응을 보면 그렇게 성공을 거둔 것 같지도 않다.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이른바 나눠 갖기 식의 행사가 아니라면 나라마다의 국민정서와 영혼이 숨쉬는 가락이 뼈대가 된 특성있는 노래가 소개되고 알려져 서로의 대중예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야 옳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런 요소를 지닌 가요가 본상에 끼지 못한 점이 아쉽고, 더군다나 가요제를 나타내는 글자가 전야제 때와는 달리 우리글이 아닌 영어로만 씌어진 것은 과연 이 가요제가 누구를 위한 행사였나 하는데 큰 의문과 함께 실망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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