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무화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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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국민독서의 생활화를 .추진하려는 구체적 방안들을 연구·검토한다는 소식에 점하고 우선 하나의 바람직한 움직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우리국민이 독서의 필요는 인식하고 또 인정은 하면서도 실제론 일상생활에서 책을 멀리하고 외면한다는 일반적인 경향에 대해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하나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점에서 정부가 독서를 통한 국민교양의 함양, 독서습관의 정착과 평생교육의 실천, 독서환경의 조성, 도서출판의 신장을 통한 문화창달 등 국민독서생활의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문화복지국가의 구현에 착목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독서생활화의 구체적 계획이 아직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세부운동의 실천면에서 어떤 실효를 얻을 수 있으며 모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를 미리 가름할 수는 없다.
현재로선 정부가 학교교육을 통한독서생활정착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있다는 것이 방향설정상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확언할 수 있다.
특히 초·중·고교에서 학년별로 성장에 알맞는 필독도서를 선정하고 독서결과를 독서감상문 등으로 학습성적평가에 반영한다든가, 대학에서도 각기 도서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지도를 강화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독서는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어린 시절의 습관과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학교의 과중한 숙제와 학교공부에 시달린 나머지 일반교양에 관련한 독서를 게을리 하게 한 중요한 원인의 일단이 있었다고 하면 이를 학교교육의 면장에서부터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국민학교에서 형성된 독서하지 않는 습성이 대학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 중·고생의 절반이상이 1년에 단5권의 책도 읽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읽는 책도 흥미본위의 소설류가 태반이라는 독서량 조사도 있었다.
우리 일류대학의 신입생중에는 참고서나 교과서 외엔 교양서 한권 게대로 읽은 경우가 드물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는 우리학교교육의 문제성을 그대로 나타낸 일예이거니와 이런 독서현실에서 정부가 지향하는「인간교육」이 제대로 될리 없고 대학의 질적성숙이 기대되기 어려움은 너무나 분명하다 하겠다.
더우기 근년엔 그같은「무독서」시대를 경과한 대학의 신입생들이 역으로 음성적인 이념서나 도락취미의 독서에 경도하여 올바른 인간관과 사회관을 정립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됨도 무리는 아니다.
취미도 살리고 혹은 이상을 쫓는 독서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로되, 한창 성장기에 감수성은 예민하고 지적욕구는 팽창일로에 있을 때 행해지는 독서가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사고정형을 강요할 수도 있다는 점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에 평형을 유지한 인격형성과 사고력의 증진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점에서 독서량의 확대라는 문제와 함께 올바른 독서지도도 중요함을 알아야겠다. 치우치고 패벽되지 않는 지성과 비판정신은 민주시민의 기본요건이기 때문이다.
그점에서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과점에서 독서를 생활화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평생교육」의 차원에서도 이점이 중시되어야겠다.
농어촌의 새마을회관을 전면 마을문고도서실로 바꾸고 그 수준도 현저히 발전시킨다든가 출판의 활력을 불어넣는 적극적 정책을 편다는 것도 바람직하다.
어린이 도서로부터 중학생용·일반용 교양도서의 다양화와 내용의 충실화 노력도 시급하거니와 출판사의 출판지원을 확대하며 공공도서관·학교도서관등의 대폭적 확장·보급에도 노력할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계획에 있어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도서선정과 구인·보급등에 있어서 올바른 안목과 공정한 실천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질이다.
권력과 이권에 좌우되어 독서지도의 방향을 그르친다든가, 일시적인 정책적 취향으로 교육의 대도를 오염시키는 망발은 없어야겠다.
우리는 정부의「국민독서생활화」운동추진계획을 고무하면서 이의 올바른 지향과 성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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