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앞두고 떠들썩한 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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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동의 양대 정치강국인 이집트와 이란이 요즘 대통령선거를 놓고 들썩이고 있다. 내외부의 민주화 압력을 거부하는 집권세력과 개혁세력 간 대립으로 올 한 해 중동이 시끄러울 전망이다.

◆ 이집트 국민투표=25일 실시될 개헌안 찬반 국민투표를 놓고 이집트가 분열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번 국민투표는 '절름발이' 통과절차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집트 내 주요 야권세력이 일제히 투표 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대 야권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미 열흘 전 국민투표 거부를 선언했다. 지난주에는 와프드.타감무우.나세르.가드 4대 주요 야당과 법관.대학교수.변호사 등 지식인 단체들도 투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야권의 주장은 간단하다. 2월 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직선제 개헌 수용 이후 의회가 마련한 개헌안이 허울뿐이라는 것이다. 무소속 후보의 출마자격을 원천봉쇄하고 집권당 후보의 100% 당선을 보장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야권은 개헌안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헌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소투표율을 규정하는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알하야 등 중동 언론은 "투표 참가율이 저조하면 정통성을 잃은 개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이집트 정국이 앞으로 험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란 후보 자격 박탈=6월 17일 대선을 치르는 이란에서도 야권의 강력한 비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종교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호위원회가 대선후보 등록자 1014명 중 1008명의 후보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개혁파 및 여성 후보들이 포함돼 있어 '속보이는 결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개혁파 정당과 후보들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며 불법적"이라면서 "보수세력의 쿠데타"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탈락하지 않은 후보 6명 중 4명이 모두 강경보수파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예외는 실용주의 온건보수파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개혁파인 전 국회의장 메디 카루비뿐이다.

야권은 후보자격 재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거를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23일 개혁파 인사 2명에 대한 출마금지 조치를 재고해 달라고 혁명수호위원회에 촉구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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