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서울국제문학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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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개막식이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26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포럼의 주제는 '평화를 위한 글쓰기'. 소잉카.고디머 등과 함께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66), 포스트모더니즘의 대가인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76)가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했다.


▶ 국내외 저명 작가·지식인 80여 명이 참여한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는 26일까지 120여 차례의 세미나가 열린다. '한국적 평화전통의 이상'을 주제로 헝가리 작가 티보 머라이, 백낙청·현기영·최동호씨 등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노벨상 단골 후보,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김지하 시인에게서 33년째 영감 얻어"

영국 식민지 시대 케냐에서 태어난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은 제3세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대표작 '한 알의 밀' '울지 마라 내 아들아' 등은 제국주의 영국의 강권 통치에 고통받는 식민지 민중의 삶을 선명하게 그렸다.

1982년 케냐에서 망명한 응구기는 현재 미국 어바인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 중.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김지하 시인에게서 문학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자신을 소개해달라.

"나이로비 근교 리무투에서 키쿠유족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그는 아직도 키쿠유어로 소설을 발표한다. 작가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언어를 쓸 책임이 있다고 그는 밝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아버지는 몸에 열이 나도록 약초를 씹어먹어 징집을 모면했다. 그러나 2차대전에 징집된 형은 전쟁터에서 숨졌다."

-김지하 시인을 잘 아는가.

"사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꼭 한번 보고 싶다. 김지하 시인은 케냐와 한국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73년께 일본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김 시인의 'Cry of The People'(민중의 외침)이란 영문 시집을 처음 접했다. 토속적인 어투로 정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해 큰 감명을 받았다. 그 후 케냐 나이로비 대학 교수 시절 강의시간에 김지하를 소개했다. 그랬더니 한국 영사관 직원들이 대학에 찾아와 '김지하는 반공법 위반으로 투옥된 반체제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나는 '케냐에서는 문학 활동 때문에 작가를 투옥하는 법은 없다'며 그들을 쫓아냈다. 그러나 나도 몇년 뒤(78년) 작품 때문에 케냐 감옥에 갇혔다(웃음). 감옥에서 읽은 김지하의 '오적'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 '십자가에 매달린 악마'를 썼다. 당시 케냐에선 학생들이 김지하의 작품을 연극으로 무대에 올렸다 퇴학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케냐에서 김지하 작품론으로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 나는 김지하의 작품 세계를 다룬 '작가와 정치'라는 작품을 82년 출간했다."

응구기는 지난해 망명 22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다가 나이로비의 아파트에서 테러를 당했다. 그는 "괴한들이 나를 담뱃불로 지지고 아내를 성폭행했다"며 "과거 나를 비판했던 구 정권 지지자의 소행일 것으로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나는 고향에 다시 갈 것이다. 내 작품은 케냐가 무대이고 난 내 부족의 언어로 작품을 쓴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작업 공간과 일치해야 한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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