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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 쌓지 말고 투자" … 국민대 3년 연속 순위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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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0여 개 전공을 동시에 키우는 대신 강점이 있는 학과를 육성해 치고 나가도록 하면 나머지 학과들도 따라서 좋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대학 전체의 발전이 빨라지는 거죠.”

 송희영(66) 건국대 총장은 대학 발전 전략으로 ‘불균형 성장론’을 역설했다. 2012년 취임한 송 총장은 지난해부터 부동산학·수의학 등 7개 학과를 ‘프라이드 리딩 그룹(Pride leading group)’으로 지정했다. 매년 연구비·장학금 2억원을 지원한다. 탈락한 학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송 총장은 교수들을 만나 탈락한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학과장들의 사업 계획 발표를 듣고 심사위원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동등한 기회가 있다고 말해 주면 교수들도 이해한다”며 “올해 2개 학과를 추가로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총장은 대학의 본질이 연구라고 강조했다. “교수가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야 배우는 학생도 우수 인재가 된다”는 게 송 총장의 지론이다. 건국대는 네이처·사이언스 등 유력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에게 1억원을 지원하고, 교수뿐 아니라 대학원생의 우수 논문도 시상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올해 이 학교는 과학기술 분야 교수당 지식재산권(4위) 등 교수연구 부문 평가 점수가 좋아지면서 본지 대학평가에서 지난해보다 세 계단(16위→13위) 약진했다.

 2014년 본지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올라간 대학들은 총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총장의 설득력, 추진력, 솔선수범이 대학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지난해보다 5계단을 뛰어 14위를 기록한 서울시립대. 이 대학이 각별히 공을 들이는 지역 봉사활동을 이건(60) 총장이 진두지휘한다. 그는 지난 6월 시작한 교수·학생·동문의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휴먼 라이브러리’의 첫 주자였다. 인근 초·중·고 교장과 주민을 만나 대학 교육의 현재·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그를 이어 세무학과 교수와 동문 게임 관련 업체 대표 등이 동참했다. 이 총장은 서울시립대가 서울시로부터 ‘반값 등록금’ 지원을 받게 된 2011년 이후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했다. “지역에서 받은 도움을 주민에게 돌려주고, 이론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사회적 리더를 기르자”는 취지였다. 3년 만에 노인 컴퓨터교실 등 봉사 프로그램 수가 5배 늘고, 참여 학생도 2배 증가했다.

 서울과학기술대의 전신은 서울산업대다. 남궁근(60)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2012년 일반대로 전환을 이끈 주역이다. 2011년 취임 후 학교의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는 과제를 외부 컨설팅업체 대신 총장·교수·직원으로 구성한 전담 팀이 맡았다. 교내 공모를 통해 새 대학명을 정했다. ‘산학협력 선도대학’ 등 주요 정부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남궁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 스스로 학교의 약점과 잠재력을 알게 되면서 우리도 변화를 추진해보자는 의지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까지 국내 대학 10위권 진입이란 야심 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논문·연구과제 수주 등 성과에 따라 연구비를 차등지급하는 ‘연구비 토큰’, 기술이전 실적을 성과급에 반영하는 ‘산학협력 마일리지’를 도입했다. “연구가 부진하면 교육도 뒤진다”는 총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이런 노력들이 연구 실적 향상으로 이어져 서울과학기술대는 2012년 32위에서 올해 20위로 급성장했다.

 국민대도 꾸준히 순위(2012년 31위→24위→23위)가 오른 대학이다. 국민대는 2012년 이후 매년 200억원을 교원 선발과 학생 장학금에 투입한다. “적립금을 쌓아놓기만 할 게 아니라 적절히 재투자해야 한다”는 유지수(62) 총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유 총장은 2012년 취임 직후 기준에 미달한 논문은 ‘0점 처리’하고 연구 성과가 있어야 호봉이 오르도록 평가 시스템을 바꿨다. 지난 6월 교육부의 대학특성화 사업 심사 때는 직접 심사장에 나가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학이 신청한 사업단 중 6개가 선정됐고, 산학협력 선도대학·소프트웨어 특성화대학에도 이름을 올렸다.

◆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민경원·조혜경·김성탁·윤석만·김기환·신진 기자, 심송진·손영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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