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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제조사서 SW 개발, 컨설팅회사로 … 발빠르게 변신해 살아남은 '공룡 IB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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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장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면, 성공한 기업이라도 언제든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성공한 기업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몇 년 안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환경이 변하면 기업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아니 환경이 변화하기 전에 그 변화를 직시하고 먼저 변화해야 한다.

 1914년 토마스 왓슨이 설립한 IBM은 1990년대까지 명실상부한 최고의 컴퓨터 제조기업이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4년 연속 IBM을 초우량 기업 1위로 선정했다. ‘컴퓨터=IBM’이라는 공식이 보편화할 정도였다. 그러나 거대해진 조직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나태하게 움직였고, 컴팩·HP·델 등 후발주자에게 시장을 잃기 시작했다. 86년 IBM의 순이익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27% 감소했다. 주가도 급락했다. 컴퓨터 시장의 중심이 대형에서 개인용으로 바뀐 걸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IBM은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단행했다. 주력 사업군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해결사로 영입한 팔미사노 최고경영자(CEO)는 “IBM은 더 이상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고 선언했다. IBM은 2002년 PwC컨설팅을 인수했으나, PC 제조사업은 레노버에 매각했다. 또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업체인 아이소곤 등을 인수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프린터 부문을 분리하고, SPSS 데이터 솔루션을 인수하는 등 7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IBM은 전략수립 컨설팅, 업무 프로세스 개선, IT 솔루션 개발 및 구축 등을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 제공 기업이 되었다. 현재는 IBM 수익의 82%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영역에서 나오고 있다. 이제 IBM은 세계 최대의 서비스·컨설팅,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17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IBM은 제품과 서비스가 통합된 형태로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란 화두도 세계에 던졌다. IBM은 세계 최대의 제조기업에서 세계 최대의 서비스기업으로 변화한 퍼스트 펭귄이다.

 최근 한국의 주력 산업은 신흥국 기업에 잠식되고 있다. 정보기술·자동차·조선·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신흥국의 기술과 품질 수준이 한국을 추격해 오고 있다. 한국 기업이 기존에 잘했던 사업에만 안주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주력산업은 몇 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앞서 나가지 못할뿐 아니라 미래도 없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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