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인문계의 비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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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대를 과학과 기술의 시대라고 한다. 고도의 과학적 두뇌와 기술이 제휴함으로써만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잘 살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국내자원이 빈곤하고 자본도 빈약한 나라가 산업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길은 풍부한 인적자원을 어떻게 하면 세계시장이 요구하는 고급기술인력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공장이 많이 들어서고 기업시설이 늘어난다 해도 고급인력의 양성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런 시설은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이공계교육의 상태는 과연 어떤가.
근래 정부당국이나 교육계에서 국가의 미래상이나 경제사회의 진로를 헤아려 과학교육의 낙후상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봤다고는 하지만 아직 너무나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문교부가 내년부터 5년 동안 대학입학정원을 매년 1만명씩 늘리면서 인문계쪽 증원폭을 늘러 인문계대자연계의 비율을 60대 40으로 잡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산업입국을 지향하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추산한바 10년 후인 91년의 고급기술인력의 수요는 51만9천명에 이르리라 한다. 이만한 과학기술자를 확보하려면 지금부터 자연계를 전공하는 학생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함은 두말할 것이 없다. 일부전문가들은 90년대를 바라본 인력수요로 볼 때 자연계의 비율이 63%는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더우기 정부는 지난 55년에「대학설치기준령」을 만들어 자연계대인문계의 비율을 6대4로 못박았으며, 초년대의 고도성장정책이 추진되는 과점에서 한때 자연계의 비율이 60%에 육박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서 자연계증원에 역점을 둔 정책은 슬그머니 후퇴하고 말았다.
인문계대자연계의 비율은 55.2대44.8 (80년), 56.6대43.4 (81년)로 해가 갈수록 자연계의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물론 이공계교육은 비용이 많이 든다. 학부모들의 부담도 크지만 정부의 재정투자도 많아야한다.
재정형편 말고도 자연계학생을 증원하는 데는 여러 가지 난점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말이 자연계 대학생이지 실험·실습 한번 제대로 못해 보고 이공계 대학생이냐는 빈축을 하는 소리도 있다. 자연계교육의 질이 양적팽창에 비해 빈약함을 비유한 말일 것이다.
양이 늘어나는 만큼 질의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청이다.
현재의 이공계학생이나마 충실하게 공부하도륵 여건을 만들어주고 그 이상의 증원은 질적인 향상과 비례해서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그런 자조적인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우리의 형편은 그렇게 한가하지 못하다. 고도산업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고급기술인력의 대량양성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웃 일본등 선진국의 국립대학은 자연계에 역점을 두어 고급두뇌의 양성에 힘쓰고 있거니와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대만·싱가포르 등에서도 자연계학생은 6대4 정도로 인문계를 능가하고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지식량은 금세기 들어 10년주기로 배가되다가 50년대 이후엔 5년 주기로 배가되고 있으며 지금은 한해가 다르게 지식팽창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여건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해도 일생동안 그 지식만을 활용할 수는 없다. 즉 재교육·재훈련이 어차피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가 과학교육의 질적·충실화를 바라면서도 우선 양적인 확충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우리의 인문대자연의 비율이 6대4에 머물러 있는 대학정원 책정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며, 구조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다.
10년 후, 20년 후의 사회변동과 그에 따른 인력수요를 정확히 예측해서 대학생의 계열별 구성비는 재고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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