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생물종 보호" 청소년들 한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양서류는 30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왔는데 지금 3분의 1이 멸종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람들은 매년 4000t이 넘는 개구리 다리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실험용으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등 양서류팀 도승균 군, 덜위치 칼리지 서울)

5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의 컨벤션센터. 제12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유엔 생물다양성 청소년 총회'가 열렸다.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대표 하지원)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초·중·고교생 17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3일부터 2박3일 동안 15개 팀으로 나눠 생물종다양성 보존 문제를 논의했고, 그 결과를 이날 총회에서 영어로 발표했다. 청소년들은 또 이 자리에서 토의와 수정, 표결을 거쳐 결의안도 채택했다.

청소년들은 특히 각 팀별로 식물·곤충(거미)·양서류·파충류·포유류·해양생물(어류)·조류 등 생물 분류군 가운데 하나를 정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가를 대표하던 기존 유엔 모의총회들과 구별되는 점이었다.

해양생물을 대표한 이준표(서울 원촌중) 군은 "인류가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태평양 한가운데에 한반도 크기 7배의 플라스틱 섬이 생겨났다"며 "플라스틱 조각은 해로운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잘못 먹은 새들이 죽기도 하는 만큼 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곤충을 대표한 김윤지(성남 미금초등학교) 양은 "곤충을 죽이는 농약의 오용과 남용을 막기 위해 이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빈(서울 잠일고등학교)는 "해양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생태관광을 도입해 지역주민과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의 자문 역할을 맡은 서울대 이은주(생명과학부) 교수는 "두 차례의 준비 모임과 이번 합숙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이 지식이 몰라볼 정도로 높아졌고, 구체적인 보전 방안까지 제시할 정도로 수준이 크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에코맘코리아의 하지원 대표는 "참가한 청소년들이 2박3일 동안 잠을 줄여가면서 논의하는 게 대견스러웠다"며 "이번에 내놓은 결의안은 유엔과 정부, 국회에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에코맘코리아는 2009년 설립한 단체로 정부가 인증한 녹색교육센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