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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쏠림인사' 탈 났나…공직사회 '태평성대 인사' 논란도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차관급의 인사수석비서관을 7월에 신설했지만 여전히 인사 검증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고위 공무원층을 중심으로 특정 대학 출신의 인사 쏠림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낙영(54·행시 29회) 경북 행정부지사가 당초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으로 내정됐으나 검정 단계에서 최근 내정 취소됐다고 한다. 내정 보도를 접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인사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언론에 먼저 나면 되느냐"는 취지로 질책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맡고 있고, 인사위원회 실무간사 역할은 정진철(59·행시 21회) 인사수석이 수행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진철 인사수석이 취임한 뒤 8월 이후 단행한 주요 고위직 인사를 보면 특정 대학 출신들이 잇따라 중용됐다며 술렁이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은 "공직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유민봉(56·행시 23회)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성균관대 행정학과 3년 선배인 정진철 인사수석 부임 이후 성대 출신들이 눈에 띄게 요직에 줄줄이 중용되고 있다. '태평 성대(成大) 인사'란 말이 돌면서 허탈해 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가기록원장에 내정된 박동훈(54·행시 28회) 행정자치비서관, 주낙영 경북 부지사도 성대 행정학과 출신이다. 신설 재난안전비서관에 내정된 방기성(58) 제주 행정부지사도 성대 토목학과를 나왔다. 최근 임명된 최재식(57)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학부는 방통대이지만 성대 행정학과 석·박사 출신이다.

중앙부처의 한 공위 간부는 "주낙영 부지사의 청와대 비서관 내정 취소 사건은 특정 대학 출신의 인사 쏠림 와중에 청와대의 검증이 충실하게 이뤄지지 못한데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학 전문가들은 "특정 대학이든 특정 지역 출신이든 일부 집단이 끼리끼리 관료 사회를 장악하면 견제와 균형을 상실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다양한 계층과 지역 출신, 공직 입직(入職) 경로를 감안해 인사를 해야 관료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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