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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경기 회복될 때까지 Fed 저금리 유지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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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호 18면

미국 경제는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다. 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진 이후 선진국 경제는 미국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성이 부각되었던 신흥국가들은 유럽 경제 부진 때문에 저성장에 머물고 있었다. 미국 경제 동향에 따라 다른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정책이 후퇴하는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안 좋은지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은 희비가 갈리곤 했다.

세계 4대 경제권역 경기 긴급점검 <상>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버냉키 충격’이라고 불리는 지난해 5월의 사건이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벤 버냉키 의장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신흥국가에서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신흥국가가 몸살을 앓았다. 환율은 크게 오르고(통화가치 하락), 이에 따라 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를 잡아야 했고 이탈하는 자본을 잡기 위해 신흥국들은 금리를 올려 대응했다. 이런 금리인상은 긴축정책이기 때문에 내수는 더 위축됐고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후퇴는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틀겠다고 시사한 이후 조금씩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덜 불안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의 출구전략이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미국 경제 성장성이 회복되면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미국 대신에 유럽이 돈을 풀기 시작했다. 중국이나 남미국가, 한국도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가져가면서 미국 정책 후퇴에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돈을 거둬들여도 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겨났다.

미국 경제가 좋으면 Fed가 더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겨나고 미국 경제가 부진하면 세계 경제가 그 여파로 저성장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 온통 악재였던 지난해에 비해 상황이 많이 개선된 것이다. 한때 ‘골디락스’라는 표현이 부각되기도 했는데 경기가 너무 빠르게 확장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위축되는 것도 아닌 상황을 의미한다. 경제도 안정적으로 성장했으면 좋겠고 우호적인 통화정책도 좀 더 길게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연초 부진에서 벗어나 성장성이 개선되고 있다. 성장률은 지난 2분기에 전기 대비 연율로 4.6%까지 높아졌다.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지면서 연간 전체로 2%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한편으로는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다행히 지난 9월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강한 정책 후퇴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았다. 12월까지는 시간을 벌었다.

미국을 대신해 유동성 확장 역할을 넘겨받은 것은 유로존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6월 이후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더해가고 있다. 유럽에서 통화가 많이 풀리게 되면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은 더 자유로워진다. 미국이 유동성을 줄여도 유럽발 유동성이 상당 부분 그 자리를 채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 경제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 달러 강세도 진정될 수 있다. 유럽이 경기회복 없이 유동성만 풀어놓는다는 것이 최근 달러 강세를 이끈 요인이었다. 미국 기업들도 강한 달러 때문에 대외 경쟁력 약화라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편안해진 Fed 입장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미국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거래가 활성화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부동산이 중요한 이유는 전체 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시장 위축이 미국 금융시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풀어도 돈이 회전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이 때문에 Fed는 계속 유동성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금리를 낮추고 Fed가 직접 주택담보채권을 사주는 정책을 폈지만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은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 미국 주택경기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면 Fed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트는 게 용이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주택경기가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Fed는 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경기지표엔 재닛 옐런 Fed 의장이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호적인 정책환경이 일부의 우려보다는 좀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한동안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세계 경제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 유동성 확대와 미국의 후퇴, 그 상대속도에 전 세계 시각은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신흥국가가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미국 정책 후퇴에 속절없이 당할 게 아니라 아직은 환경이 좋을 때 최대한 경제회복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이런 절실함이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향후 세계 경제 전망은 더 밝아질 것이다.



김승현 푸르덴셜·신영·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토러스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지냈다. 현재 대신증권 투자전략파트를 총괄하며 글로벌마켓전략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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