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개를 키우고 싶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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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토퍼 몰리는 이렇게 말했다. “개만큼 당신이 하는 말의 핵심을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골든 리트리버 Golden Retriever

얼마 전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여성들의 이상형은 ‘골든 리트리버 같은 남자’라고 한다. 일단 잘생겼다. 체격이 크면서도 늘씬하다. 충직한 성격이라 절대 한눈 팔지 않는다. 다정하다. 참을성이 강하고 유순해서 어린 아이나 다른 애완동물과도 잘 놀아준다. 수영과 달리기에 능한 스포츠맨이지만 동시에 뛰어난 두뇌로 마약을 찾아내고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며 인명을 구조하기도 한다. 세상 남자들이 모두 골든 리트리버 같았더라면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이 앵무새처럼 “월드 피스!”를 외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틀림 없이 당신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을 부르면 황금색의 부드러운 털을 휘날리며 반갑게 달려온다.


보스턴 테리어 Boston Terrier

이름처럼 미국 보스턴 출신이다. 시작은 불도그와 불테리어를 교배한 투견이었지만, 차츰 애완용 견종으로 개량됐다. 근육이 잘 발달된 체격과 커다란 머리통, 각진 턱, 바짝 선 귀 등에 투견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알고 보면 얌전하고 다정한 성격이다. 머리가 좋고 나름의 선이 분명해서 집에 있을 땐 얌전하다가도 밖에 나가면 신나게 뛰논다. 애교가 많지만 그만큼 질투심도 많다. 추위에 강한 편이지만 더위에는 무척 약해서 여름에 운동을 시킬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털이 짧고 관리하기가 쉬워서 독신남과 함께 살기에도 적합하다.

셔틀랜드 쉽독 Shetland Sheepdog

‘셔틀랜드 쉽독’이라는 설명적인 이름에 ‘셔틀랜드에서 양을 몰고 지키는 개’라는 이 개의 태생이 담겨 있다. 마치 콜리를 작게 줄인 듯한 외모.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학구적인 개라서 훈련을 시키면 아주 잘 따라 한다. 충성심과 복종심이 강하고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 목양견 출신이다 보니 운동량이 상당한 편인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루에 네 번 20분씩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가장 좋다. 셔틀랜드 쉽독을 키우고 싶다면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하는 게 여러 모로 나을 것이다. 똑똑하고 장난 치기 좋아하는 이 개는 무료한 생활을 통 못 견디기 때문이다.

저먼 쇼트헤어드 포인터 German Shorthaired Pointer

‘수륙양용’의 우수한 사냥개로 유명한 견종이다. 독일에서는 토끼와 사슴 사냥에도 나서는 실력자. 꿩이나 비둘기, 오리 등의 조류를 사냥하는 데에 특히 능하다고 한다. 충직하고 성격이 다정해서 어린아이와도 잘 어울린다. 타고난 능력이 뛰어나고 훈련 시키기 쉬운데, 의외로 실내 생활에도 잘 적응해서 애견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사냥에 대한 본능이 강한 저먼 쇼트헤어드 포인터를 집 안에만 가둬두면 타고난 능력까지 무뎌지고 만다. 그러니 이 개는 반드시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켜줘야 한다. 이름처럼 털이 짧아 종일 밖에서 뛰놀아도 딱히 털을 손질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주 운동하는 덕분에 당신이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한 당신의 개도 분명 행복할 것이다. Pembroke

펨브룩 웰시 코기 Welsh Corgi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랑하는 견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웰시 코기가 영국 왕실의 사랑을 받은 건 리처드 1세 때부터다. 몸의 크기에 비해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다.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중형견의 몸에 들어있는 대형견의 영혼’이라 불리는데, 한강변을 걷다 보면 웰시 코기에게 이끌려 ‘산책 당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체구가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특성 덕분에 감시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람을 잘 따르고 말도 곧잘 듣는다. 엉덩이를 뒤덮은 북슬북슬한 털로 애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숨막히는 뒤태’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아이리시 세터 Irish Setter

다재다능한 사냥견인 아이리시 세터는 여러 종의 스패니얼, 세터, 포인터, 리트리버와의 교배로 탄생했다. 해리 트루먼과 리처드 닉슨 같은 미국 대통령의 사랑을 받은 견종으로도 유명하다. 태생이 사냥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들, 어린 아이, 심지어 실수로 마당에 들어온 이웃집 고양이와도 즐겁게 뒹굴며 논다. 만약 아이리시 세터가 1백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고 사람으로 변한다면 아마도 <슬램덩크>의 ‘윤대협’ 같은 남자가 될 것이다. 빠르고 민첩한 몸놀림, 뛰어난 지능, 넘치는 힘, 주변 사람들에게 온화한 태도, 그러면서도 늘 즐겁고 태평스러운 성격, 그럼에도 안으로 단단한 고집, 그것으로도 모자라 미남.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 American Cocker Spaniel

코카 스파니엘은 에너지가 넘치고 놀기 좋아하는 견종이다. 규칙적으로 산책과 운동을 시켜주고 에너지를 잘 발산할 기회만 주면 코카 스파니엘만큼 사랑스러운 개도 드물다. 알고 보면 의외로 순종적인 성격인데, 요령이나 엄살 피우지 않고 아픈 것도 묵묵히 참곤 해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늘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귀와 온 몸을 덮는 긴 털 탓에 특히 외이염이나 지루성 피부염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낙천적이고 사회성이 좋은 개라서 아이가 있는 가족이 키우기에도 적합하다.

신윤영 젠틀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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