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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남 북한 3총사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측 인사들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외하면 최고위급 인물들이다.

특히 황병서(65)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5월 현직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25일엔 북한 최고국가기구인 국방위 부위원장까지 꿰찬 실세다. 김정은에 이어 북한 권력서열 2위다. 눈 여겨 볼 점은 북한에서 유례가 없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왔다는 점이다. 1990년대부터 당에서 일해 온 관료 출신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5년경 ‘믿을만한 일꾼’으로 본격적인 부상을 시작했다. 2010년 김정은의 등장이 본격화하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지난해 말 장성택 당 행정부장 숙청 이후엔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일각에선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최룡해(64) 비서는 총정치국장과 국방위 부위원장직을 각각 황병서 총정치국장에게 물려준 인물이다. 군관련 직책을 모두 내놓은 만큼 4일 인천 공항엔 군복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장성택 행정부장 숙청 이후 공석이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돼 건재를 과시했다. 이번 방남단에도 주요 인물로 이름을 올린 것도 그가 권력 중심부에서 여전히 나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최 비서는 김일성 (1994년 사망)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던 최현의 아들이다. 김씨 일가를 제외하곤 북한 체제에서 빨치산의 상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근로단체의 핵심이랄 수 있는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 등을 담당하는 근로단체 담당 당비서도 맡고 있다.

김양건(76) 조선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북한 외교의 최전선에서 일해왔다. 한 마디로 ‘대남관계에 밝은 빠꼼이’다. 외교업무를 해왔던 만큼 프랑스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의 뒤를 이어 2007년 5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지 반여 년 만인 2007년 10월에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당시 그는 9월에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과 관련한 여러 의제들을 우리 측과 합의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후 남북정상회담장에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단독 보좌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기남 당 비서와 함께 조문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했다. 지난 8월에도 김양건 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김정은 명의로 된 추모의 뜻을 담은 꽃과 글을 남쪽에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개성공단에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만난 그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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