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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길 되는 지리산 둘레길

중앙일보

입력

김기라의 약사전 광배.
성신석조각연구회의 극락전 돌꽃길.
안상수(feat. 마고·신믿음)의 생명평화깃대, 빛304.
천경우의 하늘이거나 땅이거나.


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한 달간 지리산 둘레길이 예술길이 된다. ‘지리산 프로젝트 2014: 우주예술집’이다. 전북 남원 실상사의 오래된 해우소는 ‘변소 화랑’이 되고, 입구 천왕문 기둥엔 ‘가득함도 빛나라 비움도 빛나라’(안상수)는 한글 주련이 걸리고, 극락전 안마당 바닥돌엔 피어나는 연꽃 무늬가 새겨진다(성산석조각연구회).

소록도 다음으로 큰 규모의 한센인 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에는 지리산을 담은 풍경화와 마고신화를 주제로 한 입체 작업이(서용선), 인근 둘레길의 산책자들은 곳곳에서 위트 있는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2창수).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커뮤니티 하우스인 경남 하동 삼화에코하우스는 강영민과 팝아트 조합의 거점이 된다. 권기주ㆍ김기라ㆍ박영균ㆍ연규현ㆍ이대범ㆍ이호신ㆍ천경우ㆍ이브 에티엔 소놀레 등 미술가들이 들어가 먹고 자며 작품 활동을 했다.

2년 전 완전 개통된 둘레길에 생명 평화 사상을 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주최는 사단법인 숲길, 주관은 지리산프로젝트 추진위원회다. 도법 실상사 회주 스님, 오상선 바오로 성심원 원장신부, 안상수 파티 교장이 공동 추진위원장이다. 도법 스님은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법칙이 종교적 진리일 수 있다’고 했다. 둘레길은 어딘가로 가기 위한 목적지가 아니라 걷기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길이다. 이곳을 걸으며 예술과 만나며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기 예술감독(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일본의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한 세토우치 예술제, 니이가타현의 농촌 마을에서 열리는 에치고쓰마리 등 자연과 함께 하는 공동체 예술의 모델이 있다. 이에 더해 지리산이라는 분단의 현장이자 생명 평화 운동의 출발지에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가치를 찾고 자신과 만나는 계기를 마련토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리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지리산 예술생태 네트워크 구축, 지리산 숲길 일원의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예술로 범위를 확대하여 정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식은 3일 성심원 야외부대에서 열리며 이날부터 이틀간 생명평화·공동체·지리산을 주제로 한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jirisanproject.net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지리산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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