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대표 카카오톡 “사생활 검열vs증거물 확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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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를 이유로 특정 정당 부대표의 사생활 등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봐 일각에서 '사이버 검열'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개 인권단체는 1일 오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부대표와 그의 지인 3000여 명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는 지난 6월 1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인근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미신고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가 7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정 부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휴대폰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의 정 부대표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6월 17일 영장을 발부받아 다음날인 18일 집행했다.

카카오톡 대화 내역 저장 기간이 짧아 실제로 경찰이 확보한 건 6월 10일 하루치 대화내용뿐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모두 3000여 명과 나눈 대화는 물론이고 개인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사적으로 민감한 부분까지 모두 노출됐다”며 “이는 단순한 압수수색이 아닌 광범위한 감시ㆍ사찰 행위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톡은 일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과 달리 적게는 수 명에서 수 백명까지 채팅방을 열어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수사 기관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혐의자와 관련 없는 이들의 대화 내용까지 모두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진행한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범행과 관련한 증거를 골라내기 위해 부득이하게 대화 내용을 살펴봤지만 사찰이나 감시를 하고자 한 건 아니다”며 “법원에서 영장까지 발부받은 정상적인 수사 과정이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고석승 기자 go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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