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책아 우리 아이 마음을 열어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책아 우리 아이 마음을 열어줘/하제 지음, 청어람 미디어, 1만2천원

아이들 교육 문제에 전문가를 능가하는 엄마들도 아이와 생기는 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해 쩔쩔맨다. '책아 우리 아이 마음을 열어줘'는 어린이 책을 가지고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다양한 문제 상황들을 짚어 보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자신의 현장 독서교육에서 엄마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상담사 역할을 하면서 수집한 사례연구들을 통해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둘레 사람들과 온갖 부대낌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다. 그들은 개인의 문제로, 가족 간의 문제로, 학교라는 조직에서, 사회에서 어른들이 헤아리지 못하는 수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들 문제를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고 끌고가려 한다.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아이들과 마주선 부모들은 답답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문을 두드린다. 그 중에 일부의 엄마들이 이 책의 저자와 만나 아이의 문제이자 엄마의 문제를 드러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각 상황에 맞는 책을 골라서 "이럴 땐 이런 책을 이렇게 읽으면서 아이와 이렇게 대화하라"는 충실한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의 손을 잡아주듯이 아이 문제로 답답해하는 엄마들의 손을 잡고 책이라는 등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저자가 어려운 지식으로 무장된 책이 아닌 1백여권의 국내외 창작동화 가운데서 문제 상황에 적절한 책을 찾아서 어른들이 아이의 마음과 만나는 여러 가지 길을 안내한다는 점이다.

한부모 자녀들의 상황을 소개하며 이금이의 '너도 하늘말나리야'(푸른책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에게 한나 요한센의 '우리 모두 꼴찌 기러기에게 박수를'(시공주니어)을 권하고 있다.

사이사이 소개하는 어린이 책, 도서관, 어린이 교육, 놀이와 관련된 짜투리 정보들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의 부제로 '올바른 자아를 찾아가는 독서치료 이야기'라고 했는데 독서 치료라면 아이의 문제 원인을 찾아내고 아이와 책이 만나면서 아이의 증상이 변화하는 과정까지 그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아이의 문제를 묻고 책을 통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그러니까 개념이 좀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겠다.

그럼에도 저자의 성실한 안내가 책을 통해 아이와 어른들이 서로 따듯한 가슴으로 만나게 한다는 큰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고 있으며 그것은 아이들 문제로 어두운 밤길을 가는 많은 엄마에게 책으로 아이들의 마음과 만나는 방법을 제시하며 위안을 주는 책이다.

조월례(어린이 책 연구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