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리장성 … 탁구 6연속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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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만리장성의 벽은 역시 높았다. 그러나 한국 탁구는 끝까지 중국을 물고 늘어졌다.

 주세혁(34)·정상은(24·이상 삼성생명)·이정우(30·울산시탁구협회)·김민석(22·KGC인삼공사)·김동현(20·에쓰오일)으로 구성된 남자 탁구 대표팀은 3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6회 연속 중국에 졌다.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쉬신, 2위 마룽, 4위 장지커가 잇따라 나온 중국에 당당하게 맞섰다. 특히 수비형 선수인 주세혁은 자신의 장기인 커트 플레이로 마룽의 강한 드라이브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4세트에는 6차례 듀스 접전을 펼쳐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결국 세트 스코어 1-3으로 졌지만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주세혁은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류마티스성 베체트(만성염증성 혈관질환)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가 쌓이면 통증을 느끼는 질병이다. 운동에 큰 지장은 없지만 그는 “후배들의 기회를 뺏는 것 같다”면서 대표팀 은퇴까지 고려했던 선수다.

 이정우는 지난 3월 소속팀 농심이 해체된 뒤 무적 선수로 뛰다 울산시 협회 소속으로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중국동포 출신으로 2005년부터 한국에서 거주해온 정상은은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태극마크 뒤로 숨겼다. 세계 최강 중국을 꺾겠다는 각오로 하루 10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은 “선수 구성을 보면 메달권에 들기도 힘든 수준이다. 그래도 선수들이 고된 훈련을 잘 이겨낸 덕분에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세혁은 “내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아시안게임이다.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탁구 남녀 개인전은 10월1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수원=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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