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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불법체류자 사스관리 '구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면서 위험지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 관리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지난해 전국을 휩쓴 구제역도 국내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옮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15개국으로부터 들어오고 있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에 대해 일단 이달말까지 입국을 유보시켰다.사스 위험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5월 이후에도 사스가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입국을 유보키로 했다. 당초 중국으로부터 6백여명, 베트남에서는 5백40여명의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만큼 국내 제조업체의 인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중앙회는 나머지 13개국의 산업연수생을 다음달부터 다시 받을 계획이다. 모두 6천여명 수준으로 몽골(1천여명)·우즈베키스탄(1천여명)이 가장 많다.

농림부도 올해 2천5백명의 농업연수생을 들여올 계획이었으나 사스환자가 발생한 몽골에 대해선 도입을 당분간 중단키로 했다. 농업연수생은 앞으로 3년간 5천명이 들어오게 돼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사스 방역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 연수생의 경우 치료비가 겁나 웬만큼 아파선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년에 한번 하는 건강검진으로는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기 어렵다.

이를 감안해 농림부는 농업연수생들을 교육기관에서 사스의 잠복기가 끝나는 11일이상 격리해 건강상태를 살필 방침이다.

하지만 거주지조차 파악이 안되는 불법체류자들은 사스 방역의 사각지대다. 농림부 관계자는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 불법체류자로 남은 외국인들이 농장 등에서 많이 일하고 있으나 관리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편물의 이동도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사스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몸을 벗어난뒤 3∼24시간동안 생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물건을 만진 손으로 눈이나 코를 만지면 점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하루 평균 1천5백통씩 중국·홍콩 등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우편물은 특별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직원이 마스크를 쓰는 것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또 국내에서 사스환자가 발생할 경우 24시간내 배달되는 택배나 특급우편 등에 의한 2차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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