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이 러브 한식" … 장금이 꿈꾸는 15개국 셰프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세계 15개국의 한식 매니어들이 전주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 열린 ‘2014 지구촌 한국의 맛 콘테스트’에서 한식 요리 솜씨를 뽐내고 있다. 전주=프리랜서 오종찬

#필리핀인 마크 저스틴(27·제과점 매니저)은 마닐라에 있는 집 냉장고에 김치가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한식을 좋아한다. 그는 열두 살 때 한국음식을 처음 접했다. 아버지가 사업 파트너였던 한국인에게 김치를 받아와 식탁에 올린 게 계기였다. 이후 한식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한식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김치찌게와 볶음밥은 그가 자랑하는 한식 메뉴들이다. 그는 “한식은 밥·반찬 따로의 상차림과 각 음식에 담겨 있는 독특한 역사성이 매력”고 말했다.

 #터키인 자빗 에르덴(22·레스토랑 셰프)은 매운 고추장삼겹살을 즐긴다. 이스탄불에 사는 그는 무슬림국가 특성상 돼지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소고기로 제육볶음을 만든다. 틈 날 때마다 한식 요리책을 보며 전과 오이냉국 등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요리학교에 다닐 때 한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한식을 접하게 됐다”며 “터키인들에게 한식의 깊은 맛을 알리는 한식당을 내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스틴과 에르덴 같은 지구촌의 한식 매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식의 본향’으로 일컬어지는 전북 전주에서 지난 22일부터 열리는 ‘2014 지구촌 한국의 맛 콘테스트’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겨루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한식의 숨은 매력을 널리 알리며 한국의 이미지를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외교부와 전북도 등이 지난해 처음 마련했다.

 올해는 세계 15개국의 한식 매니어들이 참가했다. 미국·영국·이탈리아는 물론 이집트·칠레·슬로바키아 등 세계 곳곳에서 도전장을 냈다. 해외 각국의 현지 공관에서 열린 1차 예선에는 2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저스틴도 40여 명의 경쟁자를 물리쳤다. 본선에 오른 외국인 중에는 전문 요리사 외에 학생· 주부· 사진작가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난 27일 전주시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전통 닭찜 만들기로 실력을 겨뤘다. 결승은 국·밥에 반찬을 곁들여 내는 삼첩반상을 테마로 30일 서울에서 열린다. 우승자에게는 1만 달러 의 상금이 수여된다. 본선 참가자 전원은 1년간 한국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혜정 국제한식조리학교장은 “우리 전통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을 아는 수준을 넘어 한식의 철학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로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았다”며 “ 본국으로 돌아가 한식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한국 전통 식문화와 상차림 등에 대한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열린 전주 국제한식조리학교는 정부가 인증한 한식 조리사 양성 사관학교다. 2012년 해외에 파견할 한식 스타 셰프 양성을 목표로 농식품부와 전북도·전주시·전주대 등이 12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칼 가는 법부터 음식 조리와 서비스, 레스토랑 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과 실습을 진행한다.

전주=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