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텃세 ? 호텔~유엔 오갈 때 승강기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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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24~25일· 현지시간)에 참석하는 동안 세계 116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미국 뉴욕을 찾았다. 총회장에서 세 블록 정도 떨어진 5성급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부총리 등 18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묵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 여사는 35층 대통령 스위트룸에, 존 케리 국무장관도 34층에 숙박했다. 미국은 국무부의 프레스룸도 호텔 안에 설치해 아스토리아 호텔은 유엔 외교의 베이스 캠프였다.

 정상들뿐 아니라 수행원, 경호인력도 이 호텔에 묵거나 드나드는 바람에 수천 명의 외교단이 동시에 한 호텔을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페인 국왕, 이라크·에티오피아 정상 등과의 양자회담을 호텔에서 했다. 케리 장관도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를 비롯해 한·미, 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각국 정상들과 수행원들로 북새통인 호텔에서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움직이는 동안엔 호텔 전체의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웠다. 그래서 박 대통령을 포함해 다른 정상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움직이는 시간을 피해야 했다. 각국 정상들은 고층(27~42층)에 걸쳐 있는 ‘타워 파트’에 투숙했다. 엘리베이터 사용이 제한되면 발이 묶일 수밖에 없어 ‘오바마 텃세’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오바마 대통령 경호 문제로 각국의 외교일정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외교단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15~20분씩 발을 구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호텔에서 회의장으로 이동할 때도 거리나 횡단보도 통행을 제한했다”며 “이슬람국가(IS)의 테러위협 때문에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이라고 전했다. 아스토리아 호텔은 뉴욕 맨해튼의 상징적 건물이다. 존 F 케네디 부부가 신혼여행 첫날밤을 보냈으며, 아인슈타인·마릴린 먼로 등도 애용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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