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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제친 한·캐나다 FT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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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오영호
KOTRA 사장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경합해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는 종(種)이 있고, 보완하면서 공생을 추구하는 관계가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은 후자의 경우다. 이번에 공식 서명된 한·캐나다 FTA는 상호 보완성이 강해 양국 모두 새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그동안 양국의 교역 규모는 기대에 못 미쳤다. 수교 50년의 역사에 비해 교역은 100억 달러 안팎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한·캐나다 FTA가 발효되면 우리의 자동차, 자동차 부품, 섬유, 생활용품 등에 적용되어온 5~8%의 관세가 3년 이내에 철폐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최초로 캐나다와 FTA를 체결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또 자동차와 항공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와 에너지·자원 개발의 파트너십도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사절단으로서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인상적인 점은 생활소비재 분야도 시장진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방문과 FTA 서명을 기해 개최된 ‘북미 대형유통망 수출상담회’는 현지 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한 자리였다. 국내 중소기업 26개 사와 북미지역의 대형 유통업체 50개 사가 참가했다. 유통업체들은 식품·건강·미용 분야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캐나다는 최근 아시아계 이민 인구가 급증하면서 한국산 생활소비재에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캐나다 소매·유통협회 다이앤 브리세보이스 회장의 말처럼 ‘가격경쟁력과 품질력을 갖춘 한국이 북미 유통업계에서 아시아 PB(자사브랜드)의 공급거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캐나다 FTA는 서명에 이르기까지 9년에 걸친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이제는 속도를 높여 무역과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데 지혜를 모을 때이다. 기업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하고, 정부는 농축산 부문의 보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국회가 연내 본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초 발효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해, 수출기업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길 기대해본다.

오영호 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