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으로 선택한 성형외과… 알고 보니 광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1. 서울 강남역 인근 A성형외과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이다. 해외 환자(전체 30%) 중 70%가 중국인이다. 입구부터 중국어 안내판이 즐비하다. 에이전시를 통해 소개 받아 오거나 이곳에서 성형한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경우든 수술비는 동일하지만 에이전시에게 최대 30%까지 수수료를 쥐어줘야 한다. 따라서 구전을 통해 오는 고객이 병원은 더 반갑다. 이 성형외과는 구전을 통해 오는 비율을 늘리기 위해 얼마 전부터 중국 현지 언론매체에 성형 칼럼을 싣고 있다.

#2. 서울 압구정역 인근 B성형외과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 언론 매체를 통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10명가량 중국인이 찾아온다. 간혹 병원 근처를 지나가다 중국어로 된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입소문'이다. 이 성형외과는 조만간 중국 현지에 성형수술법을 다룬 B2B 서적을 낼 계획이다. 중국 의사들 사이에서 입소문 나면 고객이 늘 것으로 이 병원은 기대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성형외과를 미리 정해서 온다. 그 바탕은 '입소문(구전)'이다. B성형외과 관계자는 "이들은 자신보다 먼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친구의 성형 전후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온 성형후기를 샅샅이 뒤진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통해 병원을 찾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국회의원(전북 전주 덕진구)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성형광고 및 사전광고심의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5월 12~16일 전국 17세 이상 여성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가장 광고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 광고 유형은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에서의 후기성 광고(87.0%)로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옥외광고(79.4%), 인터넷 배너 광고(65.9%)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카페, 블로그의 후기성 광고는 사전광고 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고객 유인효과가 가장 큰 광고유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소비자가 생각하는 광고유형별 효과

■후기성 광고 보고 성형상담 받아

광고를 접하고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소비자들에게 성형외과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접했는지 살펴본 결과 입소문(36.9%)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즉 주변인을 통해 병원에 대한 정보를 접한 소비자가 가장 많았다.

입소문을 제외하면 인터넷 카페, 블로그의 후기성 광고를 접한 후 상담을 신청한 소비자가 31.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인터넷 카페 추천이 14.9%, 인터넷 검색어 광고 9.7%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후기성 광고란 블로그 혹은 카페 등에서 성형수술을 경험한 후기를 바탕으로 포스팅을 작성, 소비자에게 특정 병원 및 수술을 광고하는 형태이다. 인터넷 카페의 추천의 경우 특정 수술 잘하는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글에 특정 병원을 광고 및 홍보하는 댓글 등을 다는 형태를 의미한다.

병원 선택 시 영향이 크고 고객 유인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후기성 광고, 인터넷 카페 글, 인터넷 검색어 광고 모두 현재 사전광고 심의 대상이 아니다.

▲ 성형수술 상담 전 병원에 대한 정보 원천

■성형 '사전광고심의필번호' 29%만 알아

성형광고에 표시하는 '사전광고심의필번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29%(290명)에 불과했다.

▲ 사전광고심의필번호 인지여부

「의료법 시행령」 제27조에 따르면 병원이 의료 심의 받은 내용을 광고하려면 심의 받은 사실을 광고에 표시해야 한다. 현재 사전광고심의필번호의 형태는 크게 3가지이며, 세 가지 모두 숫자의 나열로 구성돼 있다.

▲ 심의필 번호 형태 및 예시

▲ 심의필 번호 기제의 올바른 예(1)

숫자나열의 경우 소비자들이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고, 따로 번호를 기억하고 조회하지 않는 이상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의료심의 기준에 따르면 심의필번호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하지만 일부 광고에서는 광고의 배경 색과 유사한 색, 작은 글씨로 사전광고 심의필번호를 기입해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성형광고 사전심의 제도 개선 및 홍보 필요

「의료법」 제57조 제1항 4호에서는 인터넷에서의 심의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터넷 매체'로 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서는 이를 '인터넷 신문, 인터넷 뉴스서비스, 3개월 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고 영향력이 큰 후기성 광고는 주로 블로그, 카페 등에 게재되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형외과의 홈페이지 역시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 나타난 후기성 광고의 영향력으로 볼 때 현행 사전광고 심의 대상의 확대와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온라인 광고의 심의필 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 예

또한, 사전광고심의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소비자권리팀장은 "소비자가 성형광고의 심의 여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사전광고심의필 번호' 표시방법을 개선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소비자가 사전광고심의필번호를 보다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번호의 표시 위치 또는 글씨크기에 대한 규정을 개선해야 하고, 소비자다 좀더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심의필 마크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료기기광고는 <그림1>과 같이 심의필마크를 사용하고 있으며 마크 안에 심의필 번호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 <그림1>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필 마크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옥외 광고와 인터넷 배너 광고, 후기성 광고를 수집해 광고 내용과 표기 현황을 조사 분석할 예정이다. 범위를 넓혀 성형외과 간판도 분석할 계획이다.

[인기기사]

·'입소문'으로 선택한 성형외과… 알고 보니 광고? [2014/09/29] 
·어깨수술 전 과정 녹화영상 환자에 제공 "노하우가 자신감이죠" [2014/09/29] 
·호흡 가쁜 COPD … 특수 밸브 삽입해 숨길 연다 [2014/09/29]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우 500여 명 '희망의 길'을 봤다 [2014/09/29] 
·담뱃값 인상, 암 예방 위해 꼭 필요한 조치 [2014/09/29]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