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아동학대 의심만 돼도 신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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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린이들이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 앞에 설치된 ‘아동인권 표상’ 조형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있다.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한 특례법이 29일부터 시행된다. [뉴시스]

아동 학대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교사나 의사 등이 부모의 학대를 눈치채고 신고한다면 아이가 끔찍한 피해를 볼 상황은 막을 수 있다. 29일부터 시행되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의 핵심 은 아동 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특례법은 ‘칠곡 계모’ 사건 등 잇따른 아동학대 범죄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제정됐다. 특례법을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특례법을 시행하는 배경은.

 “학대받는 아동을 신속하게 구제하고 부모 등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기 위해서다.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가정 내에서 은밀히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친권자의 의사를 거슬러 아동을 격리할 수 없고, 부모가 치료나 수술을 거부해도 처벌이 어렵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이다.”

 -기존의 아동복지법과 비교할 때 신고 의무자와 관련해 달라진 점은.

 “지금까지는 신고 의무자가 학대행위를 ‘알게 된 때’에 신고해야 했지만 특례법은 ‘의심’만으로도 신고 의무가 생긴다고 규정했다(10조). 신고 의무자도 초·중등 교사, 유치원 교사, 소방구급대원, 의료인, 아동복지담당 공무원, 청소년단체 종사자, 장애인시설 원장은 물론이고 아이 돌보미로도 확대됐다. 모두 24개 직종이다.”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였다. 신고의무자가 학대했을 때에는 법정형의 50%를 가중해 처벌한다. 또 학대 사실 등 비밀을 누설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아동 학대 형량은 어떻게 달라졌나.

 “특례법은 ‘아동학대 치사’(4조), ‘아동학대 중상해’(5조) 등 죄질이 무거운 범죄의 처벌 조항을 따로 뒀다. 아동학대 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중상해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형법상 상해치사(3년 이상 징역), 아동복지법상 학대(5년 이하 징역)보다 형량이 강화됐다. 성폭력 범죄에 적용됐던 국선변호인과 진술조력인의 도움은 모든 아동학대 사건에도 동일하게 지원된다.”

 -특례법에 새로 담긴 응급조치, 임시조치, 보호명령은 뭔가.

 “학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아동보호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직원이 판단해 내리는 게 응급조치다. 제지·격리·보호시설 인도 등을 72시간 동안 내릴 수 있다. 응급조치를 최대 4개월까지 연장하기 위한 게 임시조치다. 이 경우 검사가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하고, 법원이 24시간 내에 가해자(친권자)에게 친권제한·퇴거·접근금지·유치장 유치 등 일곱 가지 조치 중 하나를 내린다. 보호명령은 정식 보호조치다. 가정법원의 심리에 따라 최대 4년까지 친권제한·정지를 할 수 있다.”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면 아동이 부모 밑에서 자랄 기회가 박탈되지 않나.

 “형사재판 외에도 아동보호사건 분류, 조건부 기소유예 조항 등을 뒀다. 경미한 학대에 적용하는 아동보호사건 분류는 형사처벌 대신 상담교육 등 보호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특례법은 도입됐지만 시설 확충과 인력 지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응급·임시조치된 아동을 보호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적으로 50개다. 한 곳당 근무 인력이 6~7명에 불과하다. 사건 발생 초기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상황 판단을 해야 할 아동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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