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이겼다, 8억7000만원 '세기의 10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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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세돌(왼쪽) 9단이 28일 열린 10번기 제8국에서 승리한 후 구리 9단과 복기하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과연 ‘쎈돌’이었다. 이세돌(31) 9단이 구리(古力·31) 9단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8억7000만원의 상금을 손에 넣었다. 28일 중국 충칭(重慶)에서 개최된 ‘이세돌·구리 10번기’ 제8국에서 이 9단은 344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구리 9단을 2집반 이겼다. 이로써 종합 전적 6승2패로 우승하고 상금 50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을 획득했다. 패자에게는 20만 위안(약 3500만원)이 주어진다.

  두 기사는 지난 10여 년 세계대회에서 1, 2위를 다투었기에 이번 승부는 한·중 바둑계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었다. 10번기 1·2국을 이겨 앞서가던 이 9단은 곧 구리 9단의 반격을 받으며 2대2가 됐다. 바둑계에서는 반격당하는 기사가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이 9단은 이후 4연승으로 구리의 도전을 물리쳤다. 배짱에서 이 9단이 앞섰다.

 1950~60년대 일본에서 인기 끈 10번기 대결은 ‘치수고치기 승부’로 승패 차이가 4판이 나면 치수가 고쳐졌다. 이번 10번기는 치수고치기는 아니다. 하지만 6승2패로 4판 차이가 나서 실질적으로 이 9단이 구리의 단위를 강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최근 바이링배 결승전에 중국 기사를 두 명 올려 보내 지난해 세계대회 6회 우승에 더해 7연속 세계대회 우승을 이미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10번기를 패해 빛이 바랬다. 이 9단과 구리 9단의 역대 전적은 22승 1무 21패로 이 9단이 1승 앞선다.

 10번기 우승으로 이 9단은 올해 순수입 10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국내 바둑계 사상 최고 상금 수입은 지난 2001년 이창호(39) 9단의 10억 2000만원이었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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