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성추행 혐의' 박희태 전 국회의장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송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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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28일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 한 혐의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76) 사건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27일 박 전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27일 오전 4시30분 경찰에 출석해 3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박 전 의장은 성추행 혐의를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경찰 조사에서 캐디 A(23)씨와 모두 다섯 차례 접촉이 있었으며, 이 중 팔뚝이나 등을 만진 것은 “수고하라”는 의미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가슴 등 다른 신체 부위 접촉은 의도적인 게 아니라 라운딩 도중 골프채를 넘겨받는 등의 과정에서 우연히 접촉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이 같은 신체 접촉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상대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A씨와 골프장 관계자에 이어 박 전 의장에 대한 조사를 마침에 따라 기소 의견을 달아 조만간 사건 발생지인 춘천지검 원주지청에 송치하기로 했다.

박 전 의장은 지난 11일 강원 원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캐디 A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의장은 A씨와 합의했고, A씨는 ‘원만히 합의했으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성범죄에 대한 친고제가 폐지됨에 따라 합의와 관계없이 경찰 수사는 계속 진행됐다.

한편 박 전 의장은 경찰의 1차 출석요구 마감일인 지난 26일 오후 8시쯤 출석하려다 취재진이 지키고 있자 되돌아간 뒤 다음날인 27일 새벽에 경찰청 후문을 통해 출석했다. 경찰 조사를 마친 뒤에는 경찰 수사관의 차량을 이용해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찬호 기자 kab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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