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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뜰 때 됐다 … 소프트 파워, 이탈리아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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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문학번역원의 김성곤 원장. “한국문학이 작품성과 재미를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서울 북촌창우극장과 재동 나무갤러리에서는 국경과 장르의 울타리를 뛰어넘은 문학축제가 열리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격년마다 여는 서울국제작가축제다. 5회째인 올해 행사에는 한국의 김태용·김미월 소설가, 박상순·이영광 시인 등 14명, 일본계 독일작가 다와다 요코, 프랑스 시인 클로드 무샤르 등 모두 13개국 28명의 시인·소설가가 참가한다. 23일 시작한 축제는 26일까지다. 미디어아트·현대무용·영화 등 온갖 예술 장르를 동원해 문학을 표현하고 작품을 낭송하는 ‘종합 축제’다.

 축제의 사령탑 김성곤(65) 번역원장을 만났다. 지난달 서울대 영문과에서 정년 퇴임한 김 원장은 이력부터가 ‘장르 불문’인 이번 축제와 어울린다. 그는 1970년대 후반 포스트모더니즘 사조(思潮)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중심과 구획을 부정하는 문학 소신에 따라 한국문학이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일본의 하루키는 한국에서는 문학성 논란이 있지만 이미 세계적인 작가”라며 “스웨덴 한림원이 문학 진흥에 관심이 큰 점을 감안하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올해 축제의 특징은.

 “해외 작가의 경우 중진도 있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위주다. 한국 작가와 1대 1로 짝지워 행사를 진행해 지한파가 많이 나온다. 한국 작가가 영어 실력에 대한 자극을 받게 되는 점도 흥미롭다. 하루키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영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문학 세계화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아직 체감은 어렵다.

 “내가 박사 공부를 하던 70년대 미국 대학가 기숙사에는 비틀스·체 게바라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요즘은 싸이·소녀시대의 포스터를 볼 수 있다. 문학은 문화전파의 마지막 단계다. 위키피디아 검색을 해보면 한국의 소프트파워 순위는 세계 11위다(2012년 영국 저널리즘 디자인 잡지 ‘모노클’ 평가). 이탈리아보다 높다. 한국문학이 뜰 때가 됐다.”

 -한국문학의 변신을 주문해 왔는데.

 “외국의 문학 에이전트들이 들어와 한국문학을 소개하고 싶은데 추리나 장르소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무거운 책은 안 읽는다는 거다. 한국의 순수문학 작가들이 추리기법을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절대적인 진리를 부정하고 중심보다 주변에 주목하는 세계 문학계의 흐름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 원장은 또 “영상이나 인터넷을 소설의 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오히려 제휴를 통해 다매체 시대 문학의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독자에 영합해 작품을 쓸 수는 없지 않나.

 “변화하는 독자의 취향을 알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문학은 결국 의사소통이다. 이런 축제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문화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자는 거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세계문학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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