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박스권 … 투자보다 현금 보유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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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다시 박스권’.

 본지가 신한금융투자·삼성·한국투자·KDB대우증권 4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에게 연말까지의 시장전망과 투자전략을 들어본 결과다. 이들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쉬 가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7월 취임한 이후 강력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였으나 추석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연말까지 지수는 도로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투자전략팀장도 “연말까지 지수는 박스권을 예상한다”며 “세부적으로 3분기 실적발표가 끝날 10월까지 조정을 받고 11월께 소폭 반등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1900선을 바닥으로 최고 2150선까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시는 10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발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등 굵직한 이슈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3분기 실적발표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3분기 기업 전체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는 2분기 대비 평균 11% 낮춰 조정했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5조원 미만을 기록하면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노근환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에선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을 약 5조3000억원으로 예상하지만 4조원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투자전략팀장 역시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성과를 내놓으면 4분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염려했다.

 반면 김 팀장은 기업 실적발표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증시에 더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 달러가치가 크게 오르면 신흥국으로 흘러갔던 달러가 미국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한국 역시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온 외국인이 매수세에서 매도세로 돌아서면 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팀장은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미 달러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달러 강세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렇다면 투자전략은 뭘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김 팀장은 “미국 양적완화 종료 및 긴축 정책 등 대외 변수로 투자 변동성이 커졌다”며 “연말까지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 역시 “3분기 실적 발표 등 변수가 몰린 10월까지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며 “투자보다 현금 보유가 낫다”고 했다. 하지만 유 팀장은 증시 조정 가능성이 높은 10월을 투자 적기로 봤다. 그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국내 증시는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 효과로 투자심리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금융 및 건설이나 중국소비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노 팀장은 “지수 움직임과 상관없이 꾸준히 실적이 늘어나는 기업에 장기투자해야 한다”며 “한샘·아모레퍼시픽처럼 이익이 늘면 주가는 오른다는 기본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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