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自轉거래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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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말 우량상장기업인 남양유업이 '거래량 요건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올들어 거래량 미달 딱지가 붙어 고민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관련 규정이 강화된데다 증시침체로 시장전체의 거래량 자체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외면해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으려고 갖은 묘안을 짜내고 있다.

◇거래량을 늘려라=지난달 31일 오후 증시에서 크라운제과 주식 5만여주가 거래됐다. 크라운제과의 주요주주들이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주식을 서로 팔고 산 것이다. 이날의 거래로 크라운제과는 거래량 부족으로 관리종목으로 전락할뻔 한 위기를 모면했다.

액면분할도 거래량을 늘리기 수단으로 활용된다. 시장이 잘나가던 시절 액면분할은 기업들이 신주발행을 쉽게 해서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식을 잘게 쪼개 투자자들을 유인해 거래량을 늘리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원일특강의 한 관계자는 "회사 내용은 좋은데 환금성 때문에 거래가 부족한 것 같아 거래량을 늘릴 목적으로 액면분할을 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거래량 미달 기업=올들어 증권거래소는 3개월을 단위로 거래량이 발행주식의 1% 미만(자본금 1백억원 이하일 땐 2%)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토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거래량이 부족해 증권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 지정 예고를 받은 상장사는 무려 50개에 달했다. 지난해까지는 6개월을 단위로 월평균 전체 주식수의 1%만 거래되면 문제가 없었다.

이들 기업 중 48개 기업은 대주주가 동일가로 매수.매도주문을 내는 자전거래나 특수관계인끼리의 거래를 통해 거래량을 늘려 관리종목에 편입될 위기를 모면했다.

코스닥시장은 올들어 1월 6개사, 2월 5개사, 3월 4개사가 거래부진으로 인한 투자유의종목에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억울한 기업들이 생긴다. 현재 관리종목인 남양유업 관계자는 "외부에선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거래가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주주 지분은 23%에 불과하다"며 "40% 이상 지분을 가진 외국인들이 도무지 주식을 사고 팔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액면분할도 쉽지 않다며 난감해 했다. 관리종목 지정 직전까지 갔던 한 증권사 관계자도 남양유업과 같은 이유로 액면분할이 어렵다며 "계속 거래량이 적으면 자전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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