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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45> 동물성 식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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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인간은 잡식동물입니다. 풀만 먹기보다는 고기를 함께 먹는 것이 더 자연스럽단 거죠. 문제는 양이에요. 동물성 식품 2 대 식물성 식품 8이 ‘황금 비율’이죠. 현재 한국인은 2 대 8의 ‘황금 비율’ 대로 고기를 먹고 있어요. 물론 이 비율이 3대 7이나 4대 6 이상인 일부 청소년과 비만한 사람은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고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이렇습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언제부터 육류가 요주의 식단으로 지목받게 되었을까. 미국에서 육류의 유해성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53년 미네소타 대학 생리위생학 교수였던 안셀 키즈 박사가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키즈 교수는 여러 나라의 심장질환 발병률과 그들이 먹는 육류를 비롯한 유제품·채소 등을 비교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소고기 등 육식을 주로 하는 지역 주민들이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지역 주민들보다 심장병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즈 박사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미국인들에게 간단명료하게 조언했다. ‘고기 먹지 말고 채소를 즐겨라’는 것이었다. 50년대 미국인들의 식단에선 햄버거·핫도그·버터·아이스크림 등의 비중이 매우 높아 키즈박사의 연구는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나치게 자주, 많이 먹지 않는다면 고기를 먹으면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진은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마늘 등을 섞어 만든 떡갈비. [중앙포토]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이 많다?=국내에서도 언제부터인가 건강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선 육류 기피현상이 불고 있다. 대개는 육류의 유해성을 밝힌 해외 연구결과와 함께 “우리 국민도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있으므로 (육류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는 식의 기사나 정보들이 확산된 데 따른 여파다. 한국인에겐 여전히 밥이 주식이다. 서구 식단에 비해선 아직 육류 소비가 현저히 적다. ‘서구화된 식습관’을 문제 삼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서양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고기의 유해성을 밝힌 연구논문들이 대부분 서구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과 미국인은 고기 섭취량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2012년의 경우 연간 1인당 고기를 44㎏ 가량 섭취했다. ‘더 위크’란 잡지가 2012년 발표한 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연간 고기를 한 사람이 평균 83㎏이나 먹는다. 유제품 섭취량은 236㎏으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인의 연평균 고기 섭취량은 45㎏으로 우리와 비슷하다.

 현재 우리 국민의 햄·소시지 등 육가공품 소비량은 전체 육류소비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국민 1인당 3.2㎏(2011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사람들의 1인당 육가공품 소비량은 25~30㎏이며, 이는 이들의 전체 육류소비량의 30%에 해당한다.

쇠고기 안심 채소구이. [중앙포토]

 ◆고기 먹으면 단명한다?=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일본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겼지만 20세기 초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은 36세, 여성은 37세에 불과했다. 당시 일본인의 식단은 채식이 압도적이었다. 세계 2차 대전과 64년 도쿄 올림픽을 거치면서 일본인의 질병 패턴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다.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은 그리 증가하지 않으면서 감염성 질환이 대폭 감소한 덕분에 평균 수명이 크게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도쿄 올림픽 뒤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급증한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과거엔 고기를 먹기 힘들어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의 섭취 비율이 0.5 대(對) 9.5였는데 2차 대전 후 동물성 단백질 섭취비율이 늘어나면서 일본인의 면역력이 높아져 평균 수명까지 연장됐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도 노인종합연구소가 도쿄도내 고령자들을 70세부터 15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절반 이상이 꾸준히 고기와 우유를 섭취했다. 이중 20%는 매일 고기를 섭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국(自國)에서 거주한 일본인과 미국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의 식생활·평균 수명을 살핀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하와이로 이민한 일본인의 평균 수명이 본토 일본인에 비해 3년이나 길었다.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도 하와이 이민자들이 71g으로 본토 일본인(약 40g)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일본의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오키나와와 최단명(最短命) 지역인 아오모리를 비교한 연구도 육식이 장수에 기여한다는 증거로 유효하다. 오키나와에선 관혼상제 등 마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돼지를 잡았다. 2차 대전 전에도 오키나와의 1인당 연간 돼지 도축량이 본토의 10배에 달했다. 삶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고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식생활이 장수를 도운 것이다.

장수노인이 많은 오키나와에서 즐겨먹는 돼지고기 요리. [중앙포토]

 ◆육류 속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성인병의 주범?=국내 소비자들은 계란·고기 등 동물성 식품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혈관질환 발생위험을 높이고 결국 수명도 단축시킨다고 여긴다.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오키나와 주민들의 평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 안팎으로 의외로 높은 편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은 것보다는 약간 높은 것이 오히려 장수에 이롭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동물성 식품을 즐겨 먹으면 영양 상태가 전반적으로 개선돼 혈관이 튼튼해지고 뇌혈관에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져 뇌졸중 위험이 낮아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동물성 지방에도 혈관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과 이로운 불포화지방이 섞여 있다. 어느 쪽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인가가 중요하다. 일반 소비자는 동물성 지방을 혈관 건강에 나쁜 포화지방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콜레스테롤도 건강에 이로운 측면이 있을뿐더러 불포화지방처럼 혈관 건강을 돕는 지방도 있다.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 우유는 위 점막을 보호해 위암 발병률을 낮춰주기도 한다. 타우린이 많이 함유된 돼지고기·닭고기는 혈압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인다’는 오해를 받는 달걀의 노른자엔 콜린과 레시틴이 풍부해 기억력 발달과 치매 예방을 돕는다.

강황을 넣어 만든 돈가스. [중앙포토]

 ◆육류는 다이어트 중엔 먹어선 안 된다?=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육류가 가급적 피해야 할 식품이란 인식이 많다. 하지만 고른 영양소 섭취를 위해선 다이어트 중에도 적당히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육류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므로 식단관리 없이 무작정 육류를 끊으면 영양이 불균형해져서 건강상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비만의 주범은 고기가 아니라 탄수화물과 지방의 과잉 섭취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지나치면 체내에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므로 비만을 우려한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데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암 환자는 고기를 먹어선 안 된다?=다수의 암환자들이 암 진단을 받은 뒤 고기를 멀리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암환자를 만날 때마다 ‘고기를 많이 먹을 것’을 주문한다. 암환자는 소·돼지·닭·오리·염소 등 동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살코기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육류를 먹는다고 해서 암이 악화되진 않는다. 고기 등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장 점막세포가 변화돼 장(腸)질환이 생기기 쉽다. 면역세포가 덜 만들어져 면역력도 떨어진다. 암환자는 단백질과 열량을 건강할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채식만으로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힘들다. 쇠고기·돼지고기 등 고기는 암 치료를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식품이다. 특히 쇠고기는 철분이 풍부해서 암 환자가 흔히 겪는 빈혈 예방에 유용하다.

암환자는 살코기로 만든 반찬을 하루 한 끼나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암환자의 하루 육류 섭취 권장량은 쇠고기·돼지고기를 기준으로 하여 200∼300g이다. 우유·치즈 등 유제품도 하루 1∼2회 섭취가 바람직하다. 고기를 먹을 때 고기 종류보다 부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닭고기 껍질 등 지방이 많은 부위는 암환자에게 권장되지 않는다. 살코기가 암환자에게는 최고의 부위다. 설렁탕·갈비탕·삼계탕·곰국 등을 먹을 때는 고기와 함께 먹어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지 국물만 마셔서는 허사다.

 ◆우울할 땐 고기를 먹어라=‘마음의 감기’로 통하는 우울증은 식습관이나 생활습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유익한 4대 영양소는 오메가-3지방·트립토판·비타민B군·아연이다. 하나같이 동물성 식품에 풍부한 성분들이다. 특히 트립토판은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전량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트립토판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 ‘행복물질’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기본 재료다. 우울증이나 우울감이 있으면 트립토판 보충제를 복용하기보다는 트립토판이 풍부한 우유·유제품·닭고기·오리고기 등을 즐겨 먹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몸이 허할 땐 고기가 왜 당길까=단백질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영양소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고단백 식품을 몸에서 원하게 된다. 같은 유해세균에 감염됐더라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은 다른 결과를 보인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밖에서 나쁜 균이 들어왔더라고 스스로 이겨내고 치유할 힘이 있다. 반면 남들보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대상포진이 입가에 잘 생긴다면 면역력이 약한 것이 원인이다.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는 외부 병원균에 대항하는 면역물질인 항체의 주성분이 바로 단백질이다. 실제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어린이는 호흡기 질병이나 소화기 질병에 더 잘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과잉 섭취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올바른 방법을 알고 적정량을 먹어야 한다.

 ◆육류 바르게 먹는 법=육류·계란에서 우유·치즈 등 유제품에 이르기까지 동물성 단백질의 종류는 다양하다. 동물성 단백질이 오해받는 이유는 식습관의 불균형 때문이다. 돼지고기 부위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단연 삼겹살이다. ‘삼겹살=돼지고기’란 인식으로 돼지고기가 비만의 주범으로 취급받는다. 삼겹살을 먹더라도 삶아 먹거나, 돼지의 다른 부위를 먹는다면 건강에 약이 될 수 있다. 돼지고기 중 뒷다리 살은 정신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B1이 풍부한 좋은 고기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고기에 꽃이 핀 것 같은 모양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꽃등심. 꽃등심의 흰 부분(마블링)은 근내 지방이다. 이 마블링은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고소한 맛을 더해주지만, 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게 될 수도 있다. 육회를 만들 때 쓰는 홍두깨살을 즐겨 먹는다면 살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고기를 먹을 때 깻잎·상추 등 쌈채소와 함께 먹으면 콜레스테롤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특히 깻잎에 든 오메가-3 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롭다. 불고기·갈비·생선회 먹을 때 깻잎으로 쌈을 하면 맛과 향이 진하고 고소해서 냄새가 강한 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특히 깻잎의 리모넨 등 향기 성분은 생선·고기의 비릿한 냄새를 없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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